[경향닷컴 제공] 곳곳에 널린 주검들과 먹을 것을 찾기 위한 약탈극. 지진에 강타당한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도심은 아비규환으로 변했지만 구호행정은 사라졌다. 정부는 사실상 ‘실종상태’이고, 주민들은 가족들을 찾기 위해 맨손으로 건물더미를 파내고 있다.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 직전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AFP 통신은 지진 사흘째인 14일 포르토프랭스 곳곳에서 주민들이 중장비가 없어 맨손과 곡괭이로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진척이 없어 수많은 이가 콘크리트와 흙더미에 깔린 가족들을 지켜보며 애만 태우고 있다.
시신을 가릴 천도 모자라 거리엔 그대로 버려진 주검들 천지다. 무너진 병원들 앞마당과 거리 곳곳에서는 시신 수백구가 썩어가고 있다. 시내 시신안치소 앞에는 가족의 주검이라도 찾으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구호요원 페빌 뒤비엥은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벌써 물이 모자라 싸움이 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도심에서는 간간이 총격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유엔 구호관리자 데이비드 윔허스트는 “약탈이 벌어지고 있지만 아이티 경찰은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며 “그들도 지진피해를 입어 이재민이 됐거나 가족을 구하러 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평화유지군만이 거리를 돌며 시신을 매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굶주린 주민들은 “외국에서 구호품이 왔다는데 왜 우리에게 오지 않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몇몇 주민은 “취재는 그만하고 의사들을 보내라”며 외신기자들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시사주간 타임지 사진기자 숄 슈워츠는 “최소한 2곳에서 시신으로 거리에 담을 쌓은 것을 보았다”면서 “분노한 주민들이 시신으로 길을 막고 있다”고 전했다. 성난 주민들과 갱들의 약탈극 등으로 구호요원의 안전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분노는 아이티 정부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궁이 무너진 뒤 르네 프레발 대통령은 재난현장에서 진두지휘하기는커녕 안전한 공항에만 머물고 있다. 그는 임시 거처로 삼은 투생 루베르튀르 국제공항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하고, 레오넬 페르난데스 도미니카공화국 대통령을 만났다. 유엔 구호관리자 윔허스트는 “국민의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며 정부에 대한 분노로 폭발하기 직전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