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발표때까지 갈팡질팡..정무능력 `F학점`

좌동욱 기자I 2008.02.18 20:40:58

여론몰이로 국회 통과 '자신'..정치권 합의 도출에 '실패'
새정부 파행 출범..국정 공백도 우려

[이데일리 좌동욱기자] "통일부 통폐합은 (국회통과를 위한) 협상카드가 절대 아니다" (1월 17일 이동관 대변인)

"통일부 존치, 국가인권위 독립기관화, 금융감독원 권한과 과학기술부 기능조정 등 우리도 양보할 만큼 했다" (2월13일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16일 청와대 수석 내정자와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참석하는 워크숍을 열 계획이다"(2월 15일 오후 4시50분, 주호영 당선자 대변인)

"16일 워크숍엔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같은 날 오후 7시20분)

18일 조각 발표에 이르기까지 보여준 이명박 정부의 대국회 협상능력은 'F학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세등등한 '여론'을 앞세워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국회에서 쉽사리 통과시킬 수 있다는 판단부터가 '오판'이었다. 국정 운영의 한 축인 '야당'의 협조를 얻어내는 과정도 깔끔하지 못했다.

인수위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표한 것은 지난달 16일. "단군 이래 최대 개편작업"(박재완 정부혁신 TF팀장)이라는 평가에서 알 수 있듯 정부 조직을 '일신'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러나 현행 18부 4처 정부조직을 13부 2처로 확 줄이는 과정에서 장차관 11명을 포함한 7000여명의 현직 공무원을 줄이는 개편 작업이어서 정치권, 공무원 내부에서 반발이 클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여론 수렴 과정이 결여돼 있어, 국회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발생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인수위는 국회 통과를 자신했다. 내부적으로는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낙관했을 정도. 이런 자신감 탓에 국회 다수당인 대통합민주신당과의 협상을 경시했다.

그 결과 여야는 끝내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18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인수위가 제출한 정부조직 개편안에 따라 조각을 단행했다.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포기했다는 '비판'이 당연히 제기됐다. 한나라당이 법을 국회에 제출한 지난달 21일로부터 28일간 여야는 헛일을 한 셈이 됐다. 
 
여야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조각 발표도 차일피일 미뤄졌다. 살아남을 부처가 확정되지 않았는데, 장관을 내정할 수 없다는 논리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내각 명단이 언론을 통해 사실상 확정되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 주말 무렵엔 발표도 전에 인수위 관계자들이 장관 후보자들에게 축하 인사를 보내는 '촌극'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은 새 정부가 여론을 통해 압박하려는 의도라며 강력 반발했다.

급기야 지난 15일에는 마지막 여야 협상을 앞두고 불과 3시간만에 공식 입장을 번복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주 대변인은 15일 오후 브리핑에서 "16일 이 당선자가 청와대 수석 내정자들과 15명의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참석하는 워크숍을 열 계획"이라며고 밝혔다. 워크숍 일정 일부까지 공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사실상 내각을 발표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하지만 "초법적인 행위"라는 정치권의 '맹비난' 쏟아지자 불과 주 대변인은 2시간30분만에 다시 브리핑을 열어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참석하지 않는다"고 번복했다.

이날 입장 번복은 당선자와 청와대 참모들이 참석한 회의 결과 발표된 것이어서, 새 정부 '정무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정치권 합의없이 조각을 단행, 앞으로 새정부 국정운영에는 더욱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질 전망이다. 당장 총리, 국무총리 인사 청문회 등 새 정부 출범을 위한 정상적인 절차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이 때문에 오는 25일 이명박 정부가 공식 출범한 이후에도 일정기간 국정 공백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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