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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민의 동거동락] 추석에 민속놀이도 못 하게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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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대 기자I 2025.10.16 09:36:00
지난 2일 서울역에서 추석 인사 나선 이준석 대표.(사진=연합뉴스)
1998년 출시된 게임 ‘스타크래프트’는 출시되자마자 대한민국에서 엄청난 열풍을 일으켰다. E-Sports라는 새로운 산업을 개척한 게임으로 평가받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스타크래프트 출시 이전에는 컴퓨터게임은 부정적인 인식과 시선이 있었는데, 수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은 스타크래프트는 그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하는데 앞장섰다. 지금도 일일 접속 수만 명에 이르며 30여 년간 장기간 흥행하고 있다. 이 게임은 20대부터 50대 남성들의 감성을 사로잡고 있으며, 이들의 ‘민속놀이’로 통칭되고 있을 정도이다.

이번 추석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동료 청년 정치인들에게 이 ‘민속놀이’대회를 제안했었다. 모경종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이에 응했고, 10월 5일에 국회 근처 영등포의 한 피시방에서 세 정치인은 스타크래프트 게임리그 우승자 출신 前 프로게이머들과 함께 어울려 게임을 할 계획이었다.

이 행사는 모경종 의원의 막판 불참으로 무산될 뻔 했었다. 불참 이유는 강성 지지자들의 불만과 항의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모 의원은 행사 삼일 전인 지난 10월 2일 엑스(X)에 “스타크래프트 참가 소식으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여러분의 따끔한 질책의 말씀대로, 지금 우리가 모두 ‘단일대오’를 이뤄 싸워야 할 때다. 이번 일로 실망하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적었다. 결국 모 의원 없이 이준석 의원과 김재섭 의원 그리고 강민, 이윤열, 박성준 프로는 강행했으며 이날 유튜브 중계는 필자 본인을 포함한 수천 명의 시청자가 ‘스타하는 정치인’을 관심있고 재미있게 시청했다.

이 대회가 이준석 대표가 주장한 대로 정말 단지 ‘명절에 민속놀이를 즐기자’는 취지였는지, 아니면 정치적인 ‘쇼’였는지는 본인만 알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인 제스쳐였다면, 국회나 아직도 여러 군데 존재하는 E-Sports 스타디움(경기장)에서 성대하게 개최하지 않았을까? 영등포의 한 작은 피시방에서 불과 보좌진 몇 명만을 대동한 채 ‘올드’ 프로게이머들과 제대로 된 방송장치도 없이 게임을 즐기는 두 정치인의 모습에서는 적어도 평상시에 국회에서 치고받고 싸우는 ‘만렙’ 정치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여야 정치인들 사이 감정의 깊은 골은 점점 더 심화하고 있어 보인다. 이는 이번 스타 대회처럼 일회성 행사까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 보도에 따르면, 한 4선 의원은 “예전에는 상임위가 끝나면 술을 마시며 낮의 일을 풀고 이튿날 일정을 상의했는데 지금은 상임위 중간에 밥조차 따로 먹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여야 공부 모임도 오래전에 사라졌고, 국회에서만 으르렁거리던 정치인들은 국회 외부에서도 서로 대놓고 대립하는 때가 잦아졌다. 17년차 보좌관은 “예전에는 상임위 회식 자리에서 보좌진들이 따로 모여 친분을 쌓기도 했는데, 이제는 목적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사적 관계가 발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이 이런데, 하물며 각 당의 지지자들 간의 간극은 오죽할까.

이준석 대표가 말했듯, 게임은 게임이다. 삶의 모든 부분에 정치적인 메시지를 대입시키고 상대에 대한 증오를 부각시키며 본인들의 이익으로 치환하는 몇몇 정치인들에게 대중은 부화뇌동할 필요가 없다. 물론, 삶은 힘들다. 사람 각기 저마다의 애환이 있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하지만 이준석 김재섭 의원들이 보여준 것처럼, 오늘 밤 가족끼리 혹은 친구끼리 스타 한판 어떨까.
◇ 서형민 피아니스트=베토벤 국제콩쿠르 우승자 출신으로 글로벌 활동을 하는 국내 손꼽히는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다. 서형민 피아니스트는 각국을 오가면서 각국 문화에 대한 이해와 포용이 필요하다고 인식해 문화 및 사회와 관련된 글로 ‘동거동락’(同居同樂)이라는 미래를 함께 꿈꾸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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