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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품 대란이 오고 있다”…개도국 어린이들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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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5.07.21 09:57:59

지구촌 우유·유제품 불균형…유아 성장 발달 장애 우려
기후위기 겹쳐 ‘이중고’…최대 10% 우유 생산 감소
"中·브라질·인도 등 생산 확대 등 효율적 재배치 필요"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유제품 대란이 다가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0일(현지시간) “매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우유는 10억톤에 이르며, 이는 향후 10년 동안 더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 세계 4세 미만 아동이 몰려 있는 개발도상국들에서 유제품 수요가 확산하고 있으며, 기후위기 등이 맞물려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사진=AFP)


유니세프에 따르면 현재 4세 미만 아동이 5억명 이상이 개도국에 집중돼 있으며, 이 가운데 3분의 1은 영양부족에 따른 성장부진(stunting)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인도네시아는 유제품 중심의 무상급식 프로그램을 출범해 대응에 나섰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등도 유사 정책을 시행 중이다.

통상 우유는 아이들의 건강과 국가의 성장률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여겨지며, 유제품 소비 증가는 해당 지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된다. 개도국들이 조금씩이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유제품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밀이나 쌀 등 다른 어떤 농산물보다 낙농제품 소비가 가장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문제는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 생산이 유럽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세계 아동의 90% 이상이 개도국에 살고 있지만, 이들 국가의 우유 생산량은 전 세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유럽은 전 세계 우유의 25%를 생산하지만, 유제품은 매우 부패하기 쉬워 국경을 넘는 거래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계 전체 우유 생산량 중 국제 무역을 통해 실제 거래되는 전지분유(WMP)는 2%에 불과하다”며 “세계는 지금 우유를 ‘누가 마실 수 있는가’가 아닌, ‘누가 가질 수 있는가’의 싸움에 직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넉넉히 생산해도 필요한 곳까지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해 개도국을 중심으로 조만간 유제품 부족 사태가 닥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국제낙농연맹(IDF)은 2030년까지 전 세계 우유 부족량이 3000만톤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 우유 연구단(IFCN)은 좀 더 보수적으로 약 1000만톤 부족을 예상했다.

결과적으로 유제품 가격이 급등하고, 가장 우유를 필요로 하는 지역의 아이들은 이를 구입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뉴질랜드산 유제품 수출에 의존하는 아시아 시장에선 최근 WMP 가격이 3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고, 버터 물가는 50% 이상 급등하는 등 유제품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란 전망이다. 고온다습한 국가에서는 우유 자급이 더 어려워진다.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즈’(Science Advances)에 게재된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극단적인 고온이 우유 생산량을 최대 10%까지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주목할만한 점은 우유 생산을 늘리면 기후변화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낙농가축이 내뿜는 메탄가스 등 온실가스 배출량은 매년 이산화탄소 기준 21억톤에 달한다. 이는 세계 차량의 3분의 2가 배출하는 수준과 맞먹는다. 개도국까지 낙농을 확대할수록 기후위기는 더 커지는 구조다. 선진국식 기계화·집약형 목장은 효율 대비 오염이 적은 반면, 아프리카·남아시아에서는 1kg의 우유를 생산하는 데 선진국보다 3~4배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유 생산을 더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재배치해야 한다고 블룸버그는 강조했다. 예를 들어 중국과 브라질처럼 상대적으로 부유한 개도국은 방목형 낙농을 고효율 집약형 시스템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선만으로도 현재 젖소의 3분의 1 수준으로도 국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세계 최대 낙농국인 인도에서 그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에서는 종교적 이유로 산유가 멈춘 소를 도축하지 못하는데, 이 때문에 500만마리 이상의 소들이 유기돼 도시를 돌아다니고 있다. 블룸버그는 “우유 생산량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지만, 힌두교에서 신성시되지 않는 물소(dairy buffalo) 비중을 높이는 걸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부유한 국가들 역시 고기와 유제품 소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플랜트 기반 식품으로의 전환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 현재, 여전히 유제품을 헬스 보충제나 사치품처럼 소비하는 선진국은 제한된 낙농 자원을 과도하게 점유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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