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8시 경기 부천시의 얼음을 만드는 한 냉동 공장. 한낮 기온이 35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 지친 사람들은 언뜻 ‘최고의 직장’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얼음 공장에서 나온 윤준일 사장은 고개를 내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 시각 얼음을 보관하는 창고의 온도계는 영하 11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윤 사장은 “요즘 같은 날이면 아침 기온이 27~28도에서 시작하니까 대략 30~40도가량을 널뛰기하면서 생활하고 있는 셈”이라면서 “지난달에는 비가 많이 와서 물량이 좀 주춤했었는데 이달 들어서는 다시 바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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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 이날 오전 8시쯤 찾은 냉동 공장은 출근 시간임에도 한창 분주한 모습이었다. 공장 안은 바깥 온도보다 현저히 낮은, 말 그대로 ‘냉동고’였지만 이곳저곳에서 찾는 얼음 수요를 맞추느라 근로자의 손길은 쉴새 없이 움직였다.
특히 어업용 얼음을 쇠 갈고리로 찍어 옮기는 근로자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크고 길다는 이유로 ‘대장얼음’으로 불리는 이 얼음은 1개당 무게가 140㎏로, 숙련된 직원도 힘에 부치는 모습이었다. 무게뿐 아니라 온도가 낮은 것도 문제였다. 어업용 얼음이 녹지 않고 그 형태를 유지하려면 보관 창고의 온도가 영하 10도를 유지해야 하다보니 ‘폭염 속 추위’와 사투를 벌여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내일 출고할 물량을 지금부터 미리 작업하는 것”이라면서 “자정이면 차들이 공장 앞에 어마어마하게 많이 와서 얼음을 가지고 가려고 대기하는데 그때 대처하려면 감당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어업용 얼음을 만드는 곳의 근로자도 분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어업용 얼음은 140㎏의 대형 얼음이기 때문에 냉장고에 넣어 얼리는 얼음과는 제조 방법 자체가 다르다. 1m의 직사각형 철틀에 맑은 생수를 들이 붇고, 영하 7~8도 가량의 소금물이 담긴 수조에서 48시간 동안 얼려야 한다. 소금물 온도가 영하 7~8도를 유지하도록 매번 관리해야 하는 게 중요한 임무다. 외부 온도가 올라갈수록 소금물도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온도가 더 올라가지 않도록 모니터링해야 하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영상 32도일 때랑 영하 3도일 때랑 소금물이 받는 영향이 다르다”면서 “기계실에서 외부 온도를 보고 (소금물을) 조절하고 있는데, 지금 같은 날씨에는 예민하게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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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얼음 수요가 폭증하며 기쁠 법도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전했다. 얼음 제조 사업의 수익성이 나날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중국 어선의 싹쓸이 어획으로 국내 어시장의 어획량이 줄자 덩달아 얼음의 공급처도 줄었다는 게 큰 문제였다. 또 주요 공급처였던 어시장과 카페 등도 자체 제빙 기계를 마련해 쓰기 시작해 얼음 주문을 하지 않기 시작했다고 했다. 윤 사장은 “예전에는 하루에 가동하는 얼음 생산이 220톤이었는데 지금은 180톤이니까 40톤이 줄었다”면서 “그나마 단가가 올라서 매출이 수익성 악화를 상쇄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