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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원심에서 조각가 부부는 김 변호사와의 소송에서는 일부 승소를, 이 연구위원 등과의 소송에서는 패소한 바 있다. 대법원은 이 연구위원 등과의 소송은 원심 확정을, 김 변호사와의 소송에서는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조각가 부부는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추진위원회의 의뢰를 받고 2016년 8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일본 교토, 서울 용산역, 제주, 부산, 대전 등에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제작해 설치했다.
이 과정에서 ‘반일종족주의’ 저자인 이우연 박사는 2019년 3월 자신의 SNS에 “노동자상 모델은 1925년 일본 홋카이도 토목공사장에서 강제 사역하다 풀려난 일본인”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대전시의원 시절인 2019년 8월 보도자료 등을 통해 “대전시청 앞 등에 설치된 헐벗고 깡마른 징용 노동자 모델은 우리 조상이 아니고 일본 홋카이도 토목공사 현장에서 학대당한 일본인”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에 조각가 부부는 김 변호사와 이 박사 등을 상대로 각각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또는 모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했다.
비슷한 사안의 내용이었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상반됐다. 조각가 부부가 김 변호사를 상대로 제기한 1심 소송은 패소했지만 이 박사를 상대로 제기한 1심 소송은 승소 판결을 받아 위자료 각 500만원을 인정받았다.
김 변호사 소송을 심리했던 1심 재판부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노동자상 사진 속 주인공이 일본인으로 밝혀졌다는 기사가 여러 차례 실리는 등 일본인이라고 믿을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반면 이 박사 소송을 심리했던 1심 재판부는 “이 박사는 단정적 표현을 사용하고 일본인 노동자 사진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 주장하지만 이런 주장 근거는 추측뿐”이라고 설명했다.
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당시 김 변호사 소송을 심리했던 2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들 일부 승소를 결정하며 위자료 각 200만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 변호사의 발언은 조각가 부부를 피해자로 특정할 수 있는 단정적이고 구체적 사실의 적시”라고 판시했다. 반면 이 박사 소송을 심리했던 2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단정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증거에 의하여 그 진위의 입증이 가능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로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김 변호사와 이 박사의 주장이 의견 표명 또는 구체적 정황 제시가 있는 의혹의 제기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해당 발언들은 사실의 적시가 아니라 의견의 표명이나 구체적인 정황 제시가 있는 의혹의 제기로 명예훼손의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많다”며 “이를 허위라고 볼 원고들의 증명 또한 부족하며, 위법성을 조각할 사유를 인정할 여지도 충분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