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선거철마다 여성가족부 폐지 논의는 극단화해 내달리는 모습이다. 여가부 폐지는 여가부의 기능적 측면은 물론 성평등전담기구 유무의 국제적 상징성 등을 감안할 때 ‘뚝딱’ 해치울 수 없는 복잡한 문제다. 정부조직은 정권의 철학에 맞는 운용의 묘를 위해 발전적 논의를 거친 개편이 필수다. 그러나 여가부 폐지론은 선거철을 앞두고 젠더갈등을 더욱 자극하는 모양새다. 논의 양상은 발전적이기보다 상호 공격적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발의한 여가부 폐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보면 구멍이 숭숭 나 있다. 여가부를 삭제하고 여가부 장관의 소관업무를 보건복지부·법무부·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 장관에 승계하고, ‘여성정책의 조정·기획 기능’은 삭제했다. 정책의 불필요한 중복을 조정하고, 정책 공백을 발굴할 컨트럴 타워가 사라지게 된다. 여기에 양성평등기본법 등을 포함한 25개 여가부 장관 관할 법률을 어느 부처로 보낼지도 나와있지 않다.
논의 전개 양상도 오락가락이다. 지난 6일 하루 사이 인구가족부 신설 방안이 대두했다 폐기되고, 여가부 해체 법안이 뚝딱 나왔다.
법안 발의의 이같은 헛점을 지적하자 권 원내대표 의원실에서는 “논의의 장을 여는 것으로 해석해달라”는 답이 돌아왔다.
논의의 장이 아니라 논란의 장을 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이대남(이십대 남성) 표심 공략용 법안이라며 거세게 반발했고, 여가부 폐지 반대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권 원내대표 법안 발의 하루 뒤인 지난 7일 마감기일을 앞두고 단숨에 5만명을 넘겼다. 그 배경엔 청원 홈페이지 공유 캠페인이 있다. 맞대응하는 이대녀(이십대 여성)의 목소리도 세력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띄운 여가부 폐지 공약이 발전적 정부조직개편 논의로 이어지지 못하고 정치적 레토릭에 갇혀 공회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야, 국민여론을 막론하고 성평등의 발전적 가치에는 이견이 적다. 문제는 여가부라는 부처 존폐 문제가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다는 점이다. 성평등 부처의 발전적 기능 개편이 결국 답이다. 답을 알지만,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