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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피고인은 미리 준비한 흉기로 목 부위를 여러 차례 찌르고 피해자가 범행 이유를 물으며 저항했음에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잔혹하게 살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 직후에도 아무런 충격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은 채 계속해서 살인 범행을 결심하는 등 믿기 어려운 냉혹한 태도를 보였다”며 “뒤늦게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죄의 뜻을 표시했으나 진정으로 속죄하고 참회한 데 따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씨 측의 심신장애 주장에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사람을 죽이는 일이 세상 어떤 일보다 쉬워 보이고, 이를 직업으로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 이래 성인에 이르기까지 지속해서 살해 욕구를 키웠으며, 정신감정 결과 정신과적 진단도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감 기간 교화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만에 하나 살인 욕구와 충동을 유지한 채 사회로 복귀했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할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회로부터 격리할 필요가 있다”며 이씨와 검찰이 낸 항소를 기각했다.
시종일관 반성 없는 태도를 보이던 이 씨는 항소심에 이르러서야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게 죄송하다”라며 사과했다.
검찰은 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사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으나 판결은 바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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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이씨는 연쇄살인을 꾀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 재판에서는 이씨가 과거 일기장에 쓴 내용 등이 공개돼 충격을 자아냈다.
이씨는 일기장에 ‘대부분의 사람이 무례하다’, ‘나는 다른 사람들을 심판하고 다 죽여버릴 권리가 있다’, ‘닥치는 대로 죽이기는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100명에서 200명은 죽여야 한다’라는 내용을 적는 등 인명을 극단적으로 경시하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씨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가정불화 및 부모에 대한 적대감 등을 계기로 사람을 살해하겠다는 생각을 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고교 3학년~대학교 1학년 무렵에는 대검을 구입해 두 차례에 걸쳐 살해 대상을 물색하는 등 살인을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준비를 했다.
군 생활 중에는 스스로 고안한 살인장치 등 살인계획과 방법을 일기장에 그림으로 자세히 기록했고, 살인도구로 쓸 총기를 사기 위해 수렵 면허시험공부를 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이씨의 일기장에 쓰인 살해 의지와 계획에 관한 내용을 언급하며 “오로지 자신의 살해 욕구를 실현하려는 목적으로 아무런 잘못이 없고,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무기징역형을 내렸다.
1심 재판장에서 이씨는 피해자와 유족에게 미안하지 않냐는 물음에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