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는 에볼루션 키트 출시 이후 “한 손에 들어오는 포켓용 수첩 크기로 삼성 스마트TV 뒷면에 꽂으면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와 화질까지 최신 스마트TV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해주는 혁신적인 제품”이라며 대대적인 광고 및 홍보를 해왔다. 삼성은 지난달 말에는 에볼루션 키트를 출시한 지 2개월만에 국내에서만 2500여대가 판매되는 대성공을 거뒀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삼성전자 TV사업의 수장인 김현석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부사장)은 지난달 곡면형 OLED TV를 출시하는 자리에서 “소비자가 삼성TV에서 가장 선호하는 기능 중 하나가 바로 에볼루션 키트로 조사됐다”며 “산업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른 TV에서 에볼루션 키트는 미래 어떤 방향으로 기술이 진화하든 미래를 보장하는 징표(Future Proof)를 담당할 것”이라고 에볼루션 키트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에볼루션 키트는 주요 용도인 TV 업그레이드가 제품을 구입한 당해년도에만 가능하다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제품 판매가는 60만 원대로 32인치 LCD TV 가격에 맘먹는 상당한 고가지만 제품을 구매한 이듬해부터는 TV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한 제품으로 전락한다는 얘기다. 예컨대 올해 12월31일에 에볼루션 키트를 구매할 경우 단 하루만 지나면 TV 업그레이드를 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OLED TV, 울트라HD TV, 플렉서블 TV 등 하루가 다르게 급속도로 진화하는 TV기술 속도를 감안할 때 제품을 구입한 당해년도에만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것은 소비자에게 별다른 혜택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제품에 치명적 결함이 있는 거나 다름 없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사실을 제품 카달로그 하단에 깨알만한 글자 크기로 ‘구입 당해년도에 한해 업데이트 가능’ 이라고 적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구매하는 고객들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대외 홍보나 광고에 있어서도 이런 점은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에볼루션 키트의 이러한 근본적인 제품 결함을 알고 고객 판매에 있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가 강한 상황이다.
실제로 3일 기자가 직접 서울에 있는 한 삼성전자 전속 대리점(디지털프라자 )를 방문, 에볼루션 키트의 기능을 상담원에게 묻자 “매년 삼성TV 기능을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게 해주는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강조할 뿐 구입 당해년도에 한해서만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사실은 전혀 설명해주지 않았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에볼루션 키트를 통해 TV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를 시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비자 혜택이 상당하다”며 “한번 업그레이드를 하면 최소 몇 년은 TV를 쓸 수 있는데 당해년도만 가능하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반면 한 경쟁업체 관계자는 “에볼루션 키트가 TV 진화를 가능케 한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자랑하면서 정작 제품 수명이 최대 1년밖에 안되는 건 문제”라며 “업그레이드를 하기 위해 고객들이 매년 수십만원을 들여 에볼루션 키트를 구매하라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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