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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학교 합치면 '쿠데타'가 사라질까[김관용의 軍界一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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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 기자I 2026.08.08 08: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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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 쿠데타 책임’ 꺼내든 이재명 대통령
과거 책임과 미래 장교 교육개혁은 별개
정치적 중립 해법은 '통합' 아닌 견제와 균형
장교단 체질 바꾸는 개혁이 먼저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쿠데타를 무려 세 번이나 한 중심이 육사인데 한 번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하면서 육군사관학교를 향해 한 말입니다. 대통령이 사관학교 개편과 과거 군사 쿠데타의 역사를 직접 연결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부가 내세운 사관학교 통합 명분은 미래전 대비와 합동성 강화였습니다. 인공지능(AI), 드론과 로봇, 우주·사이버 영역까지 전장이 확대되고 육·해·공군이 따로 싸우는 시대가 저무는 만큼 생도 때부터 함께 교육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육사의 쿠데타 책임’을 직접 언급하면서 통합 논의의 성격이 달라졌습니다. 미래 군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장교 교육개혁이 과거 군의 정치개입에 대한 책임 추궁과 뒤섞이게 됐기 때문입니다. 사관학교 통합에 반대해 온 이들이 주장하는 ‘육사에 대한 정치적 징벌’이라는 비판에 대통령 스스로 빌미를 준 모양새입니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군의 정치개입이 민주주의에 깊은 상처를 남긴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5·16과 12·12를 거쳐 12·3 비상계엄 사태까지 군이 정치에 개입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대한민국은 뼈저리게 경험했습니다. 육사 출신들이 이를 주도했던 역사 역시 외면해서는 안됩니다.

지난 2월 20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임관식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월 20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임관식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대통령의 말처럼, 사관학교를 합치면 쿠데타가 정말 사라질까요.

위기의 사관학교

육사라는 학교가 존재했기 때문에 쿠데타가 일어난 것은 아닙니다. 특정 출신 집단이 군의 핵심 지휘·정책 보직을 장기간 차지하고 강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그것이 정치권력과 결합할 수 있었던 구조가 더 본질적인 문제였습니다. 그렇다면 개혁의 칼끝은 학교의 간판보다 그 구조를 향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지금의 사관학교 체제를 그대로 두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사관학교는 분명 위기입니다. 겉으로는 수십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지원자들의 질적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과거 최상위권 학생들이 경쟁하던 사관학교의 합격선이 크게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입학한 뒤 학교를 떠나는 생도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자발적으로 퇴교한 생도만 육사 77명, 공사 52명, 해사 15명에 달했습니다.

직업군인의 매력이 떨어진 외부 요인 때문 일 수 있습니다. 낮은 처우와 격오지 근무, 잦은 당직과 야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젊은 세대에게 군인의 삶을 선택하라고 요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사관학교 내부에도 문제가 없는게 아닙니다. 일반 대학과 동떨어진 강한 생활통제와 훈육, 현역 장교와 모교 출신 중심의 교수·지휘 구조, 폐쇄적인 조직문화가 오늘날 청년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인 교육환경인지 되돌아볼 때가 됐습니다.

특히 사관학교의 ‘순혈주의’는 오래된 숙제입니다. 같은 학교를 졸업한 장교가 다시 모교에서 후배를 가르치고 훈육하며 이 구조가 반복됩니다. 전통을 유지한다는 장점은 있지만 조직의 개방성과 다양성에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같은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방식으로 후배를 키우면 새로운 생각이 들어올 공간은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통합론자들이 제기하는 문제의식 중 수용할 것은 수용해야 합니다. 각 군 사관학교가 비슷한 교양과 기초과목을 각각 교육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생도들이 처음부터 육·해·공군으로 나뉘어 4년을 생활하는 것이 합동작전 시대에 적합한지, 민간 교수와 외부 전문가의 참여를 확대해야 하는지 등을 원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軍 인사시스템 개혁이 우선

그러나 사관학교 교육개혁보다 더 근본적으로 손 봐야 하는게 군의 인사 시스템입니다. 군에서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어느 지휘관 밑에서 근무했는지, 어떤 보직을 거쳤는지는 오랫동안 진급과 보직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육사 출신이 주요 지휘관과 정책부서의 핵심을 차지해 온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육사 출신이 많이 진급한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더 많이 진급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문제는 출신이 능력을 대신할 때 입니다. 비육사 출신 장교가 아무리 뛰어나도 올라갈 수 있는 자리에 한계가 있다고 느끼고, 특정 출신에게 주요 보직과 진급 기회가 구조적으로 집중된다면 군에는 계급장 이외에 ‘출신’이라는 또 하나의 계급장이 생깁니다. 이는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군의 정치적 중립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육군사관학교 제82기 졸업식 모습 (사진=뉴시스)
육군사관학교 제82기 졸업식 모습 (사진=뉴시스)
특정 출신이 군 지휘부를 장기간 장악하면 자연스럽게 강한 인적 네트워크가 만들어집니다. 정치권력이 그 네트워크를 이용하거나 군 내부의 일부 세력이 정치권력과 결합할 가능성 역시 커집니다. 따라서 쿠데타의 재발을 정말 막으려 한다면 사관학교를 없애는 것보다 특정 출신이 군의 핵심을 독점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육사든 ROTC든 3사든 학사장교든 임관한 이후에는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느 학교를 나왔느냐보다 어떤 임무를 수행했고 얼마나 전문성을 갖췄으며 어떤 지휘능력을 보여줬느냐가 진급의 기준이 돼야 합니다. 다양한 출신이 지휘부를 구성하는 것 자체가 군 내부의 견제와 균형이 될 수 있습니다.

역사적 책임 승계가 軍 개혁?

사관학교 개혁은 필요합니다. 높은 경쟁률이라는 숫자에 안주해서도 안됩니다. 우수한 인재가 들어오지 않고 선발한 생도마저 떠난다면 장교단의 미래를 걱정해야 합니다. 폐쇄적 교육구조와 순혈주의, 시대에 뒤처진 훈육 방식이 있다면 과감하게 뜯어고쳐야 합니다. 합동교육과 민간의 참여 역시 더욱 확대해야 합니다. 통합도 그 과정에서 검토할 수 있는 수단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순서를 뒤집어서는 안됩니다. 먼저 대한민국이 어떤 장교를 필요로 하는지 정하고, 그 장교를 어떻게 길러낼지 설계한 뒤 필요하다면 통합하는 것입니다. ‘육사가 쿠데타를 했으니 합친다’는 식이어서는 곤란합니다.

과거에 대한 책임 규명과 미래 장교단을 만드는 교육개혁은 구분해야 합니다.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다면 법과 제도에 따라 책임을 물으면 됩니다. 현재의 학교와 후배 생도들에게 과거의 역사적 책임을 승계시키는 것은 군 개혁의 논리가 될 수 없습니다.

군의 정치적 중립 역시 학교 세 곳을 하나로 만든다고 완성되지 않습니다. 출신이 아니라 능력으로 평가받고, 특정 집단이 군의 핵심을 독점하지 못하며, 군인이 정치권력이 아닌 헌법과 국가에 충성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군사반란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는 근본적인 해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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