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부터 가상자산 회계분야에 깊숙히 관여해 온 이재혁 삼일PwC 가상자산전문화센터장(상무)은 최근 서울 용산구 삼일PwC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내년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해 “국세청은 거래소에 시스템이 준비돼 있다고 보지만 시장이 커지면 스테이블코인 전환, 토큰화 채권 거래, 부동산 리츠 투자 등 온체인 거래 구조가 훨씬 복잡해질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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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회계법인인 삼일PwC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2017년부터 블록체인·가상자산 전문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2017년부터 해당 팀을 이끌어온 업계 핵심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금융감독원 가상자산 회계지침 태스크포스(TF) 자문위원, 회계기준원 가상자산 회계처리 TF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금융정보분석원(FIU)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침체된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을 꼽았다. 그는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허용되려면 유동성 공급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장조성자 제도도 함께 필요하다”며 “이후 자연스럽게 법인투자, 장외시장(OTC), 실물연계토큰(RWA) 투자가 활성화되면 헤지 수요가 생기기 때문에 파생상품 시장도 필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삼일PwC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자문에도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발행 인허가, 메인넷 구축, 결제 시스템 구축, 유통량 모니터링 등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조기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자문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 센터장은 “스테이블코인이 나오면 온체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검증을 하는 수요가 생길 것”이라며 “회계법인의 주된 업무 중 하나가 신뢰를 제공하는 것인 만큼 준비자산 검증, 온체인 데이터 검증, 거래내역 확인 등에서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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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디지털자산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나.
△갈수록 가상자산도 하나의 자산 클래스로 편입되고 있다. 다만 요즘처럼 주식, 채권, 금 등 다른 자산들도 비교 대상이 많아진 상황에서는 투자자 입장에서 굳이 가상자산을 먼저 담아야 하느냐는 고민이 생기는 것 같다. 특히 기관들은 개인투자자보다 상대적으로 상품 간 비교를 많이 한다. 금리가 올라가는 분위기에서는 큰 자금이 채권으로 이동하는 경향도 있다. 유가가 안정되면 현물 상품 쪽으로도 관심이 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상자산은 여전히 후순위로 밀리는 측면이 있다. 전문기관들이 많아지고 수요를 창출하는 메커니즘이 돌아가면 시장이 더 빨리 안정화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몇몇 기업이 주도하는 구조이다 보니 큰 자금을 운용하는 하우스들은 “혹시 모르니 5% 정도만 담아보자”는 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좋게 보면 가상자산도 이제 제도권에 편입된 안정적 자산이 된 것이다. 다만 안정적 자산이 되는 순간 기존 운용사들의 자산 운용 스킴 안에서 다른 자산들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탈중앙화가 가장 큰 매력이었지만 제도권에 들어오면 제도권 플레이어들이 주도하게 된다. 그들이 보기에는 여전히 다른 자산 대비 애매한 부분이 있다. 투자심의위원회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아직 벤치마크도 부족하고 과거 패턴 분석이나 리서치 축적도 충분하지 않다. 전통 자산은 이미 리서치센터와 분석 자료가 많기 때문에 투자 논리를 만들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반면 블록체인 자산 특히 알트코인은 사업계획 자체를 설명하는 사람도 어렵고 이해하는 사람도 어렵다. 그러다 보니 의사결정이 느려질 수밖에 없다. 시장에 붐이 오면 포모가 생기기 때문에 일정 부분 투자할 수는 있다. 보통 대체투자 포지션의 5% 정도를 위험자산으로 가져가는 식이다. 낙관론자들은 기존 자산 클래스에 거의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5%만 들어와도 시장 볼륨은 어마어마하다고 본다. 반대로 비관론자들은 가상자산이 전통 금융자산과 비교되는 순간 수익률, 안정성, 업사이드 측면에서 경쟁력이 약해 보일 수 있다고 본다.
-‘기관화의 역설’이라고 볼 수 있는건가.
△그렇다. 과거에는 가만히 놔두면 비트코인이 20만 달러, 30만 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ETF를 만들어 달라고 하고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흐름에 대해 반발하는 커뮤니티도 많았다. ETF가 쌓이면 비트코인이 미국 제도권으로 몰리는 구조가 된다. 원장은 분산돼 있더라도 실제 활동 주체가 미국 ETF 중심으로 집중되는 것이다. 그러면 탈중앙화라는 비트코인의 장점 일부를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국내 시장에서도 가상자산 수요가 예전보다 약해졌다.
△국내에서는 지금 다른 자산시장이 워낙 좋다. 예전에는 국내 주식시장이 좋지 않다 보니 해외주식이나 대체투자 상품을 찾는 수요가 컸고 가상자산 프리미엄도 높았다. 하지만 지금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주식도 크게 움직인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굳이 비트코인을 해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남들이 하는 투자를 하면 욕을 덜 먹지만 남들이 안 하는 투자를 했다가 성과가 나쁘면 본인이 책임을 져야 된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펀드나 기관에 대한 신뢰가 낮은 편이다. “펀드에 맡기느니 내가 직접 하겠다”는 성향이 강하다. 그런 점에서 가상자산이 가진 직접 투자, 탈중앙화의 성격이 한국 투자자들에게 잘 맞았던 측면이 있다. 다만 지금은 가상자산도 어느 정도 제도권 자산으로 편입되면서 국내 투자자들도 다른 자산과 비슷한 기준으로 보기 시작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제정법이기 때문이다. 당장 시급한 것은 정부안이 나오는 것이다. 정부안이 나와야 이해관계자들이 논의할 수 있다. 아직까지 정부안이 공개된 적은 없고 일부 조항이 나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이해관계자도 많다. 법안이 나온 뒤에도 의견 수렴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 현재는 중동, 이란 전쟁 등 민생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아젠다도 많아 디지털자산 이슈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 필요성에는 다들 공감하지만 쟁점에 대한 합의가 쉽지 않다. 스테이블코인만 해도 은행 지분을 50% 이상으로 할지, 은행 몇 곳이 참여해야 할지, 거래소 지분 제한을 15%로 할지 20%로 할지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런 사안에 대해 사업자들이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거래소 지분 제한 규제는 어떻게 보나.
△잘 조율해야 한다. 정부 의견도 일리는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거래소가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플레이어라는 점을 우려할 수 있다. 과거 정부가 가상자산 사업을 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은행이나 금융회사는 시장에 들어오지 않았다. 금융회사들은 돈이나 역량이 없어서 안 한 것이 아니라 정부 방침을 신뢰하고 안 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기존 거래소를 그대로 제도권에 편입하면 출발점이 달라진다는 불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거래소는 제도가 없던 시기부터 여러 리스크를 감수하며 시장을 만들었다. 그런 기여에 대한 크레딧을 받지 못한다는 불안이 있을 수 있다. 이미 성장한 기업에 대해 사후적으로 지분 제한을 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영업의 자유 침해 논란도 생길 수 있다. 이미 리스크를 지고 성장한 기업에 대해 강제로 지분을 매각하라고 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특정 지분율 이상은 언제까지 반드시 팔아야 한다고 하면 시장은 그 사실을 안다. 그러면 사려는 사람들은 기다릴 것이다.
결국 기존 주주는 시장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 이렇게 기업가치가 저평가되면 해외 플레이어와 경쟁할 때도 불리하다. 단순히 15% 같은 지분 제한을 두는 것은 사업자들이 지금까지 기여한 부분이나 앞으로 혁신을 주도할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다. 오히려 거래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면 자본 확충을 요구하고 그 과정에서 은행이나 필요한 금융 플레이어들이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더 나을 수 있다.
-가상자산 과세는 내년에 시행해도 된다고 보나.
△저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본다. 주식시장이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국세청은 거래소에 시스템이 준비돼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시장이 커지면 온체인 거래는 훨씬 복잡해진다.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하고, 토큰화 채권을 사고, 부동산 리츠를 사고 실거래도 하는 등 거래가 복잡해질 수 있다. 단순히 국내 거래소에서 사고판 내역만 기준으로 과세하면 한계가 있다. 해외 플랫폼이나 온체인 거래를 활용하는 투자자는 과세망을 벗어날 수 있고 국내 거래소만 이용하는 개인에게만 세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양도소득, 배당소득, 기타소득 등 다양한 세목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온체인 거래 흐름이 명확해지고 법인 거래와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뒤 과세 체계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이 맞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경쟁·보완 관계로 볼 수 있나.
△CBDC는 기본적으로 인프라다. 쉽게 말하면 조폐공사가 돈을 찍어내는 기능을 온체인에서 구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스테이블코인과 경쟁할 관계는 아니라고 본다. CBDC로도 많은 것을 할 수는 있겠지만 국가 제도권 안에서 움직이는 만큼 무거울 수밖에 없다. 공공 인프라 개념이지, 이를 기반으로 민간이 혁신 금융상품이나 디파이를 자유롭게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한국은행이 추진하는 ‘프로젝트 한강’처럼 정부 주도 메인넷에서 움직이는 구조라면 퍼블릭체인이 되기도 쉽지 않다. 익명성이 보장되는지도 문제이고 국가가 통제할 수 있는 블록체인과 민간 체인 간 상호운용성이 확보될지도 쉽지 않다.
따라서 CBDC가 공공 인프라 레이어를 깔고 앞단에서 스테이블코인 사업자나 민간 사업자들이 활용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스테이블코인이 불안하다면 CBDC와 직접 연결하는 논의보다는 은행 기반 예금토큰이 나을지, 민간 혁신기업이 발행하는 리저브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나을지 논의할 수 있다. CBDC는 백엔드에서 대규모 은행 간 결제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다. 그 위에 민간 사업자들이 스테이블코인이나 다양한 서비스를 붙이는 구조가 가능하다고 본다. 따라서 CBDC와 스테이블코인이 직접 경쟁하는 구조는 아니라고 본다.
-예금토큰을 일부 준비자산으로 할 수 있다는 의견은.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다. 지금 스테이블코인은 준비자산을 은행 예금이나 국채 등 피아트 기반 자산으로 보유하고 이를 주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 CBDC라는 공공 인프라를 기반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실시간으로 준비자산 확인이 가능해질 수 있다. 국내는 안정적인 단기채 시장이 충분하지 않다. 3개월물 국채도 많지 않고 수요와 공급도 제한적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모가 조 단위로 커지면 준비자산 수요가 단기금융시장이나 채권시장에 왜곡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점에서 CBDC를 일부 준비자산으로 활용하면 환매 대응이나 실시간 확인 측면에서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100% CBDC만으로 준비자산을 구성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준비자산 운용 수익도 중요한 수익원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거래 수수료가 낮아야 하기 때문에 발행사가 일정 부분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초자산이 필요하다. CBDC는 이자를 주는 자산이 아니다. 따라서 전부 CBDC로 준비자산을 구성하면 운용수익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다만 일정 부분은 CBDC로 보유해 환매 요청에 즉시 대응하고 나머지는 안정적인 단기금융상품이나 채권 등으로 구성하는 방식은 생각해볼 수 있다.
-앞으로 디지털자산 시장 전망은 어떻게 보나.
△전망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결국 모든 것이 온체인화되면 스테이블코인을 많이 활용하게 된다. 스테이블코인이 지급수단이든, 활용수단이든, 리저브 수단이든 일정 부분 역할을 하게 되면 그와 상대되는 자산들도 온체인으로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 달러도 결제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금융상품을 만들고 투자하는 데 활용된다. 마찬가지로 스테이블코인도 단순 결제를 넘어 다양한 온체인 금융의 매개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온체인 자산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유동성 풀을 만드는 정도였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이 제도화되면 채권, 주식, 부동산, 펀드 등 다른 자산도 토큰화될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의 장점은 국경 간 거래가 자유롭고, 거래비용이 낮고, 24시간 활용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스테이블코인만 온체인에 있고 거래 대상 자산이 오프체인에 있으면 효용이 떨어진다. 따라서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되면 상대 자산들도 함께 토큰화될 수밖에 없다. 온체인 주식이나 채권을 사고, 그 자산을 활용해 디파이(DeFi) 거래를 하려면 증거금이나 담보가 필요하다. 이때 꼭 USDC를 사용한다기보다 비트코인 같은 자산을 활용할 수도 있다. 이더리움이나 솔라나 같은 메인넷 자산은 스테이블코인이 움직이는 기반 역할을 한다. 메인넷에서 디파이 수요가 커지면 그에 따라 리저브 풀도 생기고 해당 자산도 담길 가능성이 크다. 결국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가상자산 전체 시장도 함께 커질 수 있다.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제도는 무엇인가.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이다.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간접투자 상품도 중요하지만 법인 계좌 허용만큼 시급한 것은 아니다. 다만 법인 투자가 허용되려면 시장조성자 제도도 함께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이익의 5%만 투자해도 수조원 규모가 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국내 거래소 오더북에 그런 규모의 주문을 넣으면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인 투자를 허용하려면 시장조성자, 유동성공급자 제도가 필수적이다. 장외시장(OTC) 거래도 허용돼야 한다. 법인 투자와 실물연계토큰(RWA) 투자, OTC 거래가 활성화되면 헤지 수요가 생기기 때문에 파생상품 시장도 필요해진다. 이후 기관 수요와 개인 수요가 연결되려면 ETF 같은 간접투자 상품도 필요하다. 이런 선순환이 만들어지면 디지털자산 시장도 자본시장처럼 성장할 수 있다. 한국은 자본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했지만 디지털자산 시장에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원화라는 제약 때문에 기존 금융에서는 해보지 못했던 구조화 상품이나 파생상품을 디지털자산 시장에서는 시도해볼 수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보다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이 현재로선 더 시급하다는 의미인가.
△수요자 입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보다 법인 투자 허용, 시장조성자 제도, OTC 거래 허용이 더 시급할 수 있다. 이미 USDC나 USDT 같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시급할 수 있다. 온체인 시장이 커졌을 때 모든 거래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뤄지면 원화의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 통화주권, 가격 형성 능력, 시장 내 원화의 위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결국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라 온체인 자산시장에서 원화가 계속 역할을 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본다.
-해외 스테이블코인 규제 중 가장 참고할 만한 국가는 어디인가.
△미국 규제를 가장 많이 본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규제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이 정한 규제가 사실상 전 세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니어스법에 따라 등록된 법인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은 달러를 쓰는 것과 비슷하게 신경 써야 한다. 지금은 기업들이 USDT나 USDC 중 편한 것을 쓰는 분위기였지만 미국 규제가 정교해지면 훨씬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테더도 결국 미국 규제에 맞춘 발행 구조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테더는 준비자산 구조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앞으로는 지니어스법이 요구하는 기준에 맞는 준비자산 구조와 검증 체계를 갖춘 토큰을 만들려고 할 것이다.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을 실제 결제에 활용할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기업들이 더 적극적일 수 있다. 기업은 송금이 제대로 클리어되는지, 물건은 받았는데 제재 이슈가 생기지는 않는지, 며칠씩 기다려야 하는지 등을 항상 불안해한다. 이 지연 비용이 상당히 크다. 한국은 결제 인프라가 잘돼 있어서 체감하기 어렵지만 아프리카 같은 지역에서는 거래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현지 은행이 외환 관리 기능을 갖추지 못한 경우도 있고 중간에 다른 국가의 은행을 거쳐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 과정에서 수수료가 계속 붙는다. 무역회사나 해운회사 입장에서는 이런 부분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에 관심이 크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까지 물건을 싣고 갔는데 돌아올 때도 무언가를 싣고 와야 한다. 이때 법정화폐(fiat)로 결제 가능한 상대를 찾으면 선택지가 줄어들지만 USDC나 USDT로 받을 수 있는 곳은 더 많을 수 있다. 수수료만큼 마진도 나눌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유리할 수 있다. 다만 국경 간 거래에서는 제재와 자금세탁방지(AML) 문제가 있다. 실시간 결제이기 때문에 한 번 잘못되면 중간에서 홀드하기 어렵다. 그래서 제도적으로 더 정교해질 필요는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이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스테이블코인이 나오면 온체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검증을 하는 수요가 생길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결제에서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어떻게 가져가고 거래내역을 어떻게 조회하고 검증할지에 대한 수요도 커질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쓰는 이유 중 하나는 온체인에서 바로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발행사나 결제망 제공자가 거래내역 조회와 검증을 지원해야 하고 회계법인도 그런 신뢰 제공 영역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 회계법인의 주된 업무 중 하나가 신뢰를 제공하는 것이다. 준비자산 검증, 온체인 데이터 검증, 거래내역 확인 등에서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