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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도 장중 3.9%에 육박하며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스페인은 2023년 말 이후 처음으로 3.7%에 근접했다. 이러한 국채 매도세의 배경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올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상할 것이라는 시장의 베팅이 자리하고 있다.
T.로우프라이스의 수석 유럽 거시 전략가인 토마시 비엘라데크는 “투자자들은 이제 성장률 둔화와 인플레이션 상승이 맞물리는 가운데, 재정 부양책 확대와 정부 지출 증가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ECB의 이자벨 슈나벨 집행이사회 위원도 27일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의 망령이 돌아왔다”고 경고했다. 다만 그는 ECB가 “서둘러 행동할 필요는 없으며” 2차 인플레이션 효과에 대한 데이터를 지켜볼 시간이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 각국 정부는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속속 재정 지원에 나서고 있다. 스페인 의회는 지난 26일 전기·천연가스·연료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VAT)를 21%에서 10%로 인하하는 등 총 50억유로 규모의 감세 패키지를 승인했다.
이탈리아는 다음달 7일까지 연료에 대한 특별소비세를 20% 한시적으로 인하하는 조치를 시행 중이다. 비용은 4억 1700만 유로에 달하며 이탈리아 정부는 의료비 등 다른 지출 삭감을 통해 세수 감소를 보전할 방침이다.
나틱시스 CIB의 장프랑수아 로뱅 글로벌 리서치 총괄은 “각국이 충격 흡수를 위해 막대한 공적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투자자들이 유로존 전역의 재정 악화에 베팅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싱크탱크 브뤼겔에 따르면 2021년 9월 직전 에너지 위기 이후에도 영국과 노르웨이를 포함한 유럽 국가들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총 6510억유로를 배정·편성한 바 있다.
하지만 브뤼겔의 시모네 타글리아피에트라 선임연구원은 “유럽 각국 정부는 현재 재정 제약에 직면해 있으며, 국방비를 포함한 다양한 지출 수요가 경합하고 있는 상황에서 2022~2023년과 같은 수준의 조치를 취할 재정 여력이 없다”고 우려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최근 보고서에서 당시 시행된 많은 조치들이 “재정 비용이 상당했고 제대로 설계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고 평가하며, 이번에도 에너지 가격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조치들이 “직면한 재정 과제를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재정 사정이 가장 빠듯한 프랑스는 보편적 에너지 가격 지원을 자제하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농업·화물운송 등 이번 에너지 위기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산업에 한해 4월 한 달 동안 7000만유로 규모의 선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지난해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5.1%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언급하며 “곳간이 비어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벤치마크인 독일 국채와의 금리 스프레드(가산금리)도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독일 10년물 국채 금리 차이는 전쟁 발생 이전 0.6%포인트에서 현재 약 1%포인트로 확대했다.
ING의 이코노미스트 베르트 콜레인은 이번 스프레드 확대가 기존 포지션 청산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하고 재정 조치 비용이 증가할 경우 우려가 본격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현재 스프레드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3%포인트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채권 운용사 핌코의 콘스탄틴 베이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현재의 스프레드 확대가 장기적인 스프레드 축소 스토리를 무너뜨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가 현재 3.1%에서 3.5% 이상으로 오를 경우 다른 유로존 국가들의 차입 비용도 5%에 근접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현실화할 경우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채무 지속 가능성이 불확실해진다”고 비엘라데크 전략가는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