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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가계부채와 높은 집값 속에 코로나 확산에 따라 경기 회복은 불확실해지고 물가는 상승 위험이 커지고 있다. 경기 성장세의 둔화, 물가의 높은 상승세에 ‘슬로우플레이션(Slowflation)’이란 용어까지 등장했다. 1970년대 오일쇼크처럼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가고 물가는 높게 뛰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까지는 아니더라도 스태그플레이션의 성격이 짙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복잡한 경제 현실에 재정과 통화정책이 한 방향으로 가기 어려운 형국이다. 그러나 폴리시믹스는 분명 서로가 서로의 정책을 제약하는 한계점이 있다.
한은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데 정부는 소비쿠폰을 지급하거나 지역상품권을 뿌려 수요를 촉진할 예정이다. 물가 상승은 크게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과 소득 증가,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른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으로 나눠지는데 한은은 수요 억제를, 정부는 수요 진작을 추진하는 셈이다. 내년엔 올해 본예산보다 8.9% 증가한 607조7000억원의 예산이 편성될 예정이다. 이에 166조원의 국채가 발행된다. 올해 50조원 가까운 추경으로 국채가 180조원 넘게 발행된 데다 내년 국채 발행 순증액만 93조4000억원이라 국채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의 금리 인상 기조는 계속될 예정이라 국채 이자 부담이 더욱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7월에 만나 폴리시믹스를 주장했던 당시와 지금의 경제 상황 역시 다르다는 점도 폴리시믹스를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7월엔 경기 회복 속도가 강한데 부문별로 회복 속도가 다르다고 판단했지만 내년 이후엔 경기 회복에 있어선 불확실성이 크고, 물가는 더 위로 오를 위험이 커졌다.
재정과 통화정책 방향이 엇갈리다보면 경기에 대한 판단도 어긋나보일 수 있다. 정부는 나라 빚을 내 경기를 부양하자니 경기의 안 좋은 부분을 부각할 수 밖에 없고 이는 내년 새 정권이 들어서면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정권 초기 성과를 내고자 하는 마음에 각종 경기부양책을 쏟아질테니 말이다. 반면 한은은 기준금리를 올리자니 경기의 회복세를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거시경제 정책을 바라보는 일반 국민들을 상당히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정책을 받아들이는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폴리시믹스에 걸맞는 경기 판단에 대한 정부와 한은의 공감대, 이에 따른 한계점을 인정하고 대응해야 한다. 그렇게 못한다면 그냥 ‘정책 엇박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