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nd SRE][이슈]"독자신용등급 도입, 더 미룰일 아니다"

김기훈 기자I 2015.11.20 12:15:00

응답자 42% "정부가 약속 저버려…신속 도입해야"
신용평가 질적발전·구조조정 촉진 위한 결단 촉구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부실기업을 정리한다고 하면서 독자신용등급 도입은 계속 늦추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정부나 모기업, 계열사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하고 개별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만을 평가해 신용등급을 매기는 ‘독자신용등급’의 연내 도입이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깊은 실망감을 표시하며 독자신용등급의 조속한 도입을 촉구했다.

독자신용등급 보류에 대한 설문
22회 이데일리 신용평가 전문가설문(SRE)에서는 정부가 애초 올해 상반기 내 도입하기로 했던 독자신용등급을 보류한 것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설문 결과 응답자 159명 중 42.1%에 이르는 67명이 ‘시장과 약속을 지키지 않은 실망스러운 결정. 지금이라도 신속히 도입해야’라고 답했다.

‘도입되면 좋지만, 최종 등급이 중요하므로 언제 도입하든 상관없다’는 의견은 27.6%(44명)였다. ‘어려운 기업환경과 회사채 시장 위축을 고려하면 독자 신용등급 보류는 불가피하다’는 22.6%(36명), ‘의견 없음’ 6.2%(10명) ‘기타’ 1.2%(2명) 등으로 나타났다.

시기를 떠나 도입 자체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70%에 육박할 정도로 독자신용등급 도입을 원하는 견해가 압도적이었다. 지난 21회 SRE에서는 응답자 173명 중 무려 82.6%(143명)가 독자신용등급 도입에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응답자의 담당업무에 따라 답변은 다소 엇갈렸다. 설문에 응한 크레딧애널리스트 총 63명 중 절반이 넘는 32명이 신속 도입에 표를 던진 데 비해 총 66명의 채권매니저 중에선 3분의 1이 채 되지 않는 20명만이 같은 의견을 냈다. 최근 회사채 시장이 눈에 띄게 위축된 상황에서 직접 채권 운용을 담당하는 채권매니저들이 독자신용등급 도입에 따른 시장 영향을 고려해 크레딧애널리스트보다 상대적으로 조심스러운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LIG건설 부도를 계기로 본격화된 독자신용등급 도입 논의는 벌써 5년째 답보 상태다. 2012년 정부가 발표한 ‘신용평가시장 선진화 방안’에 포함된 독자신용등급 공개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들의 부담을 의식한 나머지 흐지부지 없던 일이 됐고, 2013년 11월 동양그룹 사태의 역풍을 맞은 금융당국이 재차 추진한 독자신용등급 도입은 약속과 달리 올해가 다 가도록 감감무소식이다.

금융위 내부에서 제도 도입을 위한 실질적인 준비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연내 도입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시장에선 독자신용등급이 도입되면 모 그룹의 뒤에 숨어 그 정체를 숨기고 있는 부실기업들의 민낯을 확인할 수 있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투자자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고, 기업들의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을 이끄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여전히 기업 눈치 보기에 급급해 독자신용등급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크레딧시장 관계자는 “정부가 독자신용등급 도입에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면서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신용평가의 질적 발전과 기업의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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