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집주인으로서야 월세를 받는 게 훨씬 이익이지만 월세 세입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내린 선택”이라며 “주변을 둘러봐도 이런 이유로 원룸 월세를 전세로 전환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새 서울 도심지역을 중심으로 소형주택 공급이 집중되면서 공실 위험을 피하기 위해 원룸 월세를 전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원룸 공급이 넘쳐나면서 임대료 하락 등 역(逆) 월세난이 벌어진 데 따른 것이다.
◇ 원룸 지어 전세 내놓는 집주인
대학생·직장인 수요가 많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원룸 신축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이 곳에서도 원룸 월세를 전세로 돌리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림동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에 나와 있는 원룸 10채 중 3~4채는 전세 물건으로, 최근 들어 전체 원룸 주택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소형 원룸이 몰려 있는 서울 마포·관악·강남지역에서도 원룸 전세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신림동 대성공인 배재환 대표는 “신학기가 시작되거나 신입 직장인들이 집을 많이 찾는 3월과 7·8월을 제외하면 원룸 세입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최근 들어 공실을 우려해 원룸 월세를 전세로 돌리는 집주인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정부가 저리의 전세 자금 대출을 확대한 것도 원룸 전세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세입자로서도 다달이 비싼 월세를 내는 것보다 전세 이자를 내는 게 주거비용을 훨씬 아낄 수 있다보니 될 수 있는 한 전세로 계약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예컨대 보증금 3000만원에 월 45만원을 내던 월세 세입자가 추가로 5000만원을 대출받아 8000만원짜리 전셋집으로 갈아타면 매년 들어가는 주거비용을 540만원(45만원×12개월)에서 175만원(전세보증금 5000만원을 연 3.5% 금리로 대출받을 경우)으로 365만원가량 아낄 수 있다.
마포구 연남동에 있는 O공인 관계자는 “세입자들이 전세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다보니 보증금을 올려서라도 월세를 전세로 전환하려고 한다”며 “집주인 입장에서도 월세 세입자를 못구해 빈집으로 방치하기보다는 전세로 돌리면서 보증금을 더 올려받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 ‘역월세난’‥지난해 서울 강북 원룸 월세 3.3% 하락
|
임대료도 하락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강북지역의 다세대 주택의 임대료는 3.3% 하락해 수도권에서 하락폭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강남지역은 3% 하락했다. 오피스텔 임대료(서울·수도권) 3% 떨어졌다. 김세기 한국감정원 주택동향부장은 “올해도 서울·수도권에서 1~2인 가구를 겨냥한 원룸 공급이 적지 않아 임대료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소형주택 월세의 전세 전환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