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는 11일 발간한 ‘트럼프 집권 2기 물류 공급망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집권 2기 이후 물류 공급망의 탈중국화가 가속화함에 따라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 거점으로 떠오르는 미국 동남부 지역, 캐나다·멕시코 국경 지역 등을 중심으로 항만·터미널 등 물류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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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 무역액은 지난 2021년 6조6000억달러에서 지난해 5조8000억달러로 큰 폭 감소했다. 또 최근 3년간 미국의 수입액 연평균 증가율은 멕시코와 중국이 각각 7.5%, -5.4%로 나타났다. 미국 최대 수입국이 중국(지난해 수입액 4조3000억달러)에서 멕시코(지난해 수입액 4조8000억달러)로 바뀐 것이다.
보고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의 미국 관세 회피를 목적으로 한 멕시코 우회 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멕시코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를 공약했지만 큰 기조는 탈중국”이라고 했다. △항만이 4~5개밖에 없는 서부보다 세금이 낮고 물류 인력이 집중돼 있는 동남부 지역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로 묶여 있는 캐나다·멕시코 국경 지역 등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물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국내 기업들이 이곳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현지 물류서비스 수행 경험이 부족한 한국 물류기업들이 새로운 거점에 개별 기업 단위로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물류기업간 협력 네트워크 구축과 정보 공유 등을 통해 공생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물류 관련 부처의 정책 거버넌스를 통합하고 물류공급망위원회를 설립해 부처간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대한상의는 지적했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미국발(發) 물류 공급망 변화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미국 내 제조업 투자가 확대되면서 반도체, 2차전지 등의 미국 내 산업화가 진행돼 글로벌 수출입 물류 공급망 패턴이 변화할 게 유력하다. 과거 한국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간재가 중국을 거쳐 미국으로 이동했던 것에서 앞으로 한국 중간재가 곧바로 북미로 건너가 역내 가공·조립을 거쳐 최종재가 되고, 미국 내에서 소비되거나 일부는 해외로 수출되는 식으로 물류 흐름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미국 뉴저지주에 위치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미물류공급망센터의 이성우 센터장은 “미국은 반도체, 2차전지, 전기차,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등 주요 핵심 기술 제품에 대해 자국 내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며 “향후 5년 안에 생산시설이 완비되면 미국 내수 시장에서 소비되고 나아가 해외, 특히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하는 흐름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한국은 반도체, 2차전지 등 미국이 중점 육성하고자 하는 핵심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공급망 변화 선상에서 제3자 물류(3PL·Third Party Logistics), 풀필먼트 서비스(물류 일괄대행 서비스), 터미널 인프라 운영 등 물류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