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루나’는 실존 인물이 아닌 사칭 계정이었다고 CNN은 전했다. 루나가 게시한 비키니 사진은 독일의 한 패션 인플루언서인 데비 네더로프의 사진이었다. 네더로프는 “나는 미국과 아무 상관이 없다. 독일의 작은 마을 출신인 내가 왜 미국 정치에 신경을 쓰느냐”며 황당해했다.
사진 도용 피해는 네더로프 뿐만이 아니다. CNN은 영국 비정부기구(NGO) 정보탄력성센터(CIR)와 협력해 네덜란드, 덴마크, 러시아 등 뷰티 인플루언서 17명이 ‘트럼프 지지자’로 둔갑돼 엑스에 게시됐다고 전했다. 다만 이들 도용 계정이 트럼프의 대선 캠프와 관련이 있다는 징후는 없다고 CNN은 전했다.
도용 사진은 대부분 아름다운 젊은 여성들의 사진이거나 AI(인공지능) 사진이었다. 여성들의 옷이나 모자에 트럼프 캠프의 구호인 ‘Make America Great Again’이 합성돼 있기도 했다.
네덜란드 인플루언서인 데미 마릭도 ‘가브리엘라’라는 트럼프 지지 계정에 사진 도용 피해를 입었다. 마릭의 사진을 게시한 글에는 “11월에 트럼프에게 투표하는 모든 분들께 안녕히 주무세요! 내일 뵙겠습니다”라는 글이 덧붙여졌다. 덴마크의 네리아 텔러럽 앤더슨과 카밀라 브로버그도 각각 ‘에바’와 ‘알리나’라는 가짜 계정에 사진을 도용당했다. 앤더슨은 “내 사진이다. 누군가가 내게서 무언가를 빼앗는 것 같아 이용당하는 기분이 든다”고 토로했다.
CNN은 이러한 사칭 계정들의 배후에 중국 등 국가적인 조직이 있을 수 있다고 시사했다. 엑스의 전 글로벌 정책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이자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가안보위원회 전 언론 담당 수석 이사를 지낸 에밀리 혼은 “국가적으로 이러한 행위를 했을 수 있다. 정교함의 수준을 보면 러시아, 이란, 중국을 포함한 적대적 국가 중 하나일 수 있다”며 “지난 선거를 앞두고서도 SNS를 이용한 허위 정보 확산 시도가 있었다”고 짚었다.
한편, 문제의 계정들은 삭제되거나 엑스의 운영원칙 위반으로 일시정지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