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에 테슬라는 모델 3뿐만 아니라 X·S 등 상대적으로 고가인 차종까지 재고 할인에 나섰다. 가격이 비싸질수록 재고분 할인 폭도 커진다. 테슬라 모델 X는 최대 6300달러(약 824만원), 모델 S 세단의 경우 최대 6000달러(약 785만원) 내린 가격에 각각 판매한다.
완성차 업계는 테슬라가 올해 인도량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연말 파격 할인을 단행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테슬라가 올해 세운 연간 인도 목표치는 180만대다. 1~3분기 누적 인도량이 132만4074대인 점을 고려하면 약 50만대의 차를 한달여 내에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테슬라는 올해 경기 침체에 따라 줄어드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 인하를 수차례 단행했다. 차량 수요가 주춤할 때는 가격을 파격적으로 내리되, 판매량이 안정세에 접어들면 가격을 다시 올리는 식이다.
이 영향으로 올해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사상 처음으로 100만대를 넘길 전망이다. 미국 완성차 업계는 승용 전기차 판매량을 130만~140만대 수준으로 추산한다. 전체 승용차 판매량의 9%에 달하는 수준으로 비중 역시 역대 최대다.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 전기차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완성차 브랜드에게는 위협적인 행보다. 자동차 업계 안팎에서는 테슬라의 이런 정책이 전기차 산업 전반의 수익성을 악화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공급망이 꼬인 상황에서 테슬라 가격 인하까지 영향을 미쳐 일부 업체의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을 지적했다. 전 브랜드가 테슬라 가격에 영향을 받아 가격을 낮추거나, 출시 때부터 낮은 가격을 책정하고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전기차 가격이 대당 1000만원가량 낮아진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몸집을 불리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연말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올해 들어 현대차그룹 전기차 존재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계는 시장 절반 이상을 테슬라가 점유하고 있다고 본다. 이를 제외하면 미국 전기차 시장 2위에 오른 기업은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다. 올해 3분기 현대차·기아·제네시스가 미국에서 판매한 전기차는 2만8556대로 독일 폭스바겐(2만295대)을 앞섰고, 포드(2만962대)나 스텔란티스(2만92대) 등 미국 현지 기업보다도 많았다.
|
미국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도 나름의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 전망과 단기 변동성에 따라 (전기차 수요가) 변화할 수 있지만 중장기 전동화 트렌드는 지속할 것”이라며 “이미 현대차가 전기차 수익성을 달성한 상황이므로 시장 상황에 맞게 유연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