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실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유물로 평가받으며 2009년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됐던 ‘은제이화문화병’(銀製李花文花甁)이 사실은 일본산으로 밝혀져 논란이다.
문화재청은 이달 초 관보를 통해 국가등록문화재인 ‘은제이화문화병’의 문화재 등록을 말소한다고 고시했다. 문화재청은 “은제이화문화병 바닥 면의 ‘小林(고바야시)’ 압인(押印·도장 등을 찍음)은 일본 도쿄의 고바야시토케이텐(小林時計店) 제품임이 확인돼 등록을 말소한다”고 설명했다. 등록 이후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고, 지난해 재조사에서 일본 고바야시토케이텐 제품으로 최종 결론을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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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대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은제이화문화병’은 목이 길고 몸통 쪽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형태를 지녔다. 몸통 중앙에는 대한제국의 황실 문장인 오얏꽃(李花·이화) 문양이 붙어 있다. 당시 문화재위원과 전문가들은 현장 실사를 통해 유물의 형태와 보존상태, 제작 기법 등을 살펴봤지만, ‘고바야시’ 압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학계에서는 오얏꽃 문양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조선 이왕직미술품제작소에서 만들었다고 보는 시각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문화재 현장에서 해당 유물을 다시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왔던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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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문화재 제153호였던 ‘진주 하촌동 남인수 생가’는 언론의 문제 제기와 관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남인수 생가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등록문화재를 말소했다. ‘누상동 이중섭 가옥’(국가등록문화재 제86호)과 ‘통인동 이상 가옥’(국가등록문화재 제88호)은 화가 이중섭·시인 이상과 무관하다는 것이 밝혀져 각각 등록이 말소됐다.
일명 ‘아래아 한글’로 알려진 ‘한글 1.0 패키지’(국가등록문화재 제261호)는 ‘아래아 한글’ 초기 버전이 아닌 후속 1.2버전으로 뒤늦게 감정을 받으면서 문화재 등록을 취소했다. 당시 문화재청과 국립한글박물관은 현상금까지 내걸고 원본 찾기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하면서 등록을 취소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국보 제168호 ‘백자 동화매국문병’의 경우 뒤늦게 중국 원나라 도자기로 드러나며 국보 지정이 해제됐다. 한산도 앞바다에서 발굴된 ‘귀함별황자총통’은 국보로 지정했다가 4년 뒤 조사 과정에서 가짜로 드러나 국보 지정을 해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문화유산의 등록과 지정과정에 더욱 철저한 조사와 검증과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문화재위원은 “문화유산의 가치 여부를 판단할 때는 다각도로 살펴보면서 오류가 나타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며 “관련 전문가들과 조사기관의 심도있는 조사·연구를 바탕으로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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