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교수 자녀 ‘논문 끼워넣기’ 138건 확인…“대입활용 시 입학 취소”

신하영 기자I 2018.04.04 12:00:00

교육부 2차 조사 결과…49개 대학서 교수 86명 연루
교수들, 자녀 대입스펙 위해 활용한 경우 ‘입학 취소’
서울대·연세대·성대·한양대·이대 주요 대학 대거 포함
“부당한 저자표시도 연구부정…연구비 회수 등 제재”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대학교수가 자신의 논문에 중고생 자녀를 공동저자로 등록한 이른바 ‘논문 끼워 넣기’ 행태가 56건(20개 대학)이나 추가 적발됐다. 지난 1월 발표한 1차 조사(29개교 82건) 결과를 더하면 49개 대학에서 총 138건이 적발된 것이다. 논문 끼워 넣기에 연루된 교수는 86명이다. 이들은 자녀의 대입스펙 관리를 위해 연구 부정행위(부당한 저자 표시)를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교육부는 이들의 연구부정 여부를 검증한 뒤 대입에도 유리하게 작용했을 경우 입학취소를 요구할 방침이다.

◇ “등록 논문과 교수 가족관계 일일이 대조”

교육부는 이러한 내용의 ‘교수 논문 미성년 자녀 공저자 등록 실태조사 결과’를 4일 발표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월 25일 29개 대학에서 82건의 논문이 파악됐다고 1차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교수들의 자발적 신고를 받아 조사를 진행, 누락된 사례가 있다는 제보가 줄을 이었다.

교육부는 대학별로 학내 교수업적시스템에 등록된 논문 중 미성년자를 공저자로 게재한 논문을 모두 파악할 것을 지시했다. 교수들이 등재한 논문과 가족관계증명서를 일일이 대조, 전체 논문 중 미성년자 저자 표시 논문을 모두 찾아낸 것이다.

교육부는 ‘정부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연구윤리지침)이 발표된 2007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논문 약 70만 건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전국 4년제 대학(대학원 포함) 213곳의 전임교원 7만5000여명이 조사 대상이다.

조사 결과 1차 조사에서 파악된 82건의 논문 외에 56건의 논문이 추가로 파악됐다. 지난 10년간 86명의 대학교수가 총 138건의 논문에 미성년자 자녀를 공저자로 올린 것이다.

현행법에서 ‘미성년자의 논문 참여’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다만 성년이든 미성년자든 연구에 기여하지 않은 자를 공저자로 표시하는 것은 연구 부정행위(부당한 저자 표시)에 해당한다. 적발된 49개 대학에는 서울대를 포함해 연세대·성균관대·한양대·이화여대 등 주요 대학이 대거 포함됐다.

◇ “부당한 저자 표시도 연구 부정행위”

교육부는 교수 자녀가 논문 공저자로 등록된 138건에 대해 해당 대학에 연구부정 여부를 검증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부 연구윤리지침에 따르면 교수들의 논문은 1차적으로 소속 대학이 검증권한을 갖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대학으로부터 검증 결과를 제출받아 연구부정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징계를 내릴 방침이다. 정부 지원을 받은 논문에서 부정행위가 적발될 경우 연구비 회수 등의 제재가 가능하다.

특히 논문 공저자 등록이 입시에서 활용됐는지를 추가로 조사한다. 교육부는 2014학년 대입부터 학생부에 논문실적을 기재하지 않도록 하고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도 논문실적을 제출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입시전문가들은 자기소개서 등을 통해 본인의 연구 활동을 우회적으로 언급할 수 있어 입시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교수가 자신의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등록했을 때는 입시를 고려했을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교육부도 연구 수행에서 뚜렷한 기여 없이 논문 저자로 이름이 올라간 교수 자녀의 사례가 확인되면 ‘입학취소’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 연구윤리지침 고치고 매년 실태조사

교육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매년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미성년자가 논문의 공저자로 등록된 논문을 모두 조사하기로 했다.

이어 연구윤리지침을 개정, 논문 공저자로 미성년자의 이름을 올릴 경우 ‘학년’이나 ‘연령’ 표기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지금은 저자의 소속기관만을 표기토록 하고 있어 교수가 자녀 이름을 올렸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윤소영 교육부 학술진흥과장은 “이번 실태조사를 1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미성년자가 논문 공저자로 등록된 논문에 대해 매년 실태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실태조사를 계속해 나가다보면 부정한 방법으로 자녀의 이름을 논문 저자로 올리는 행태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논문에 기여하지 않은 미성년자가 논문에 저자로 표시되는 것은 명백한 위법행위이자 건전한 연구 풍토의 근간를 흔드는 행위”라며 “공정하고 엄격한 절차에 따라 관련 검증이 이루어지고, 잘못이 밝혀질 경우 법령에 따라 단호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대학별 미성년자 저자 표시 논문 파악 현황(자료: 교육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