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앞으로 부가가치세(VAT) 과세범위가 금융과 의료서비스·학원 등으로 확대된다. 소득세 면세자도 줄고 양도세 중과제도는 폐지될 전망이다.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는 지방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3일 서울 가락동 연구원에서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기획재정부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조세연구원의 이번 보고서는 박근혜 정부 5년을 관통할 조세정책으로 사실상 정부안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보고서를 토대로 정부의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을 확정, 다음 달 세제개편안과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연구원은 이번 공청회에서 복지 지출 증가에 따른 재정 수요 충족을 위해선 부가세 면세·감면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의 부가서비스와 학원 등도 과세범위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또 코성형과 지방흡입 등을 제외한 성형수술, 안마사와 임상병리사, 물리치료사, 치과위생사 등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 장의사의 장례서비스도 과세대상에 포함된다.
개별소비세(옛 특별소비세)는 고가 사치품 등을 중심으로 과세범위를 재편하되, 대중화된 품목은 제외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연구원은 소득세와 사회보장기여금 수입은 면세자를 줄이고 과표(세금을 매기는 기준)를 양성화하는 방식을 통해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과세 소득은 과세로 전환하고 소득공제 중 일부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며,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 범위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된다. 재산세는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고, 종합부동산세는 부담을 현실화해 지방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상속·증여세는 일정 부분 누진성을 유지하되 투자·성장을 유발할 수 있도록 적정 수준으로 낮춰진다. 그러나 현재 수입규모에 따라 3단계인 법인세는 과표구간을 단순화하는 등 과세비중이 낮아질 전망이다.
연구원은 한국의 조세부담률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고 분석하고 잠재성장률 하락 상황에서 고령화로 재정수요는 급증하고 있으며 통일을 대비해 재정 여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종석 선임연구위원은 “비과세·감면 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 금융소득 과세 강화 등을 통해 복지 재원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하면 증세나 지출 축소 등에 대해 국민적인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