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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매각기준완화` 배수진..민영화 무산되나

좌동욱 기자I 2010.12.13 17:34:16

"매각기준 완화없으면 예비입찰 불참 불가피"
금융당국 "대응방안 논의"..속내는 `부정적`
우리금융지주 매각 조기 무산 가능성 `솔솔~`

[이데일리 좌동욱 기자] 우리금융지주(053000) 민영화가 중대한 고비를 맞았다. 독자 민영화를 추진해온 우리금융 컨소시엄이 정부가 매각 기준을 완화하지 않을 경우 예비입찰에 불참하겠다고 `배수진`을 쳤기 때문이다. 공적자금 투입 10년만에 우리금융을 민영화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특혜시비에 대한 부담을 고려할 때 정부가 이런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내년 3월 본입찰까지는 인수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매각이 조기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금융 독자 민영화를 위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W컨소시엄`과 `우리사랑` 컨소시엄은 13일 공동 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유효경쟁과 경영권 프리미엄과 관련한 기준이 완화되지 않는 한 최종입찰시까지 200억원 내외의 인수자문 비용과 실사비용을 부담하면서 매각 절차에 참여하기 어려워 부득이하게 예비입찰에 불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W컨소시엄`은 우리은행 고객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이며, `우리사랑` 컨소시엄은 우리금융 계열사 우리사주조합으로 이뤄진 컨소시엄이다.
 
이들은 "유효경쟁 입찰이나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 입찰할 경우 우리은행 거래 고객과 직원들의 리스크가 너무 커 정부측에 건의를 하게 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건의사항`이라는 표현과 달리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예비입찰에 불참하겠다는 실력행사 방침을 확실하게 밝혔다.
 
이같은 배수진은 현재와 같은 매각 기준하에서는 우리금융의 독자 민영화가 무산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우리금융 외 지배지분(28.5% 이상)을 매입할 주체가 없고, 설사 경쟁상대가 있다고 해도 우리금융 컨소시엄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금융 독자 민영화가 실현될 가능성도 확신할 수 없다.  
 
특히 예비입찰과 본입찰 등 M&A 과정에서 우리금융측이 내야하는 인수자문 비용과 실사 비용도 우리금융측엔 부담이다. 우리금융측은 이런 비용이 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매각이 무산되거나 다른 경쟁회사가 우리금융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고객과 직원들에게 비용 부담을 요구하기는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리스크를 고객과 직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할 경우 투자확약서(LOC)를 받는 일이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앞서 우리금융은 LOI를 제출할 당시 기업, 외국계 투자자, 기관투자자, 직원들로부터 9조원대 자금을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LOC를 받는 과정에서 상당수 투자자들이 이탈할 수 있다.
   
이번 건의서는 LOI를 제출한 주체인 `W컨소시엄`과 `우리사랑` 대표 명의로 발표됐으나 그동안 독자민영화를 후선 지원해왔던 우리금융 경영진과도 사전 조율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내부 조율을 거치는 과정에서 문안이 수정됐다"고 전했다.
 
그동안 민영화라는 대의 하에 금융당국과 협조를 우선해왔던 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결단을 내릴 시점이 됐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민영화 성사를 위해 이 회장을 비롯한 우리금융 임직원들은 최선을 다했다"며 "이제 정부가 해결책을 제시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권혁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우리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공자위를 중심으로 우리금융이 제시한 의견에 대해 논의를 진행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매각 기준을 완화해달라는 요청에 대한 정부측 속내는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쟁입찰`과 `경영권 프리미엄`이라는 M&A의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또다른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금융 경영권을 살 능력이 없으니 불참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도 있다.
 
공자위도 "개별 입찰자의 요청이나 의견에 대해 대응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다만 공자위를 시장 상황을 계속 지켜볼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우리금융 매각 관계자는 "우리금융 LOI를 제출한 회사들은 대부분 사모투자펀드들로 우리금융을 제외하면 지배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복수후보가 나오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우리금융 컨소시엄이 인수전에서 빠질 경우 예비입찰과 동시에 경쟁 입찰 자체가 성사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정부와 어떤 형태식으로든 절충점을 찾을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도 품고 있다. 하지만 합의점을 찾게되더라도 우리금융 지배지분 매각시점은 정부가 공언했던 내년 상반기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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