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국회문턱 못 넘은 `LH 법인세·이슬람채권`

윤진섭 기자I 2010.02.25 16:49:41

LH 청산소득법인세 과세이연 4월 국회로
이슬람채권은 2월 소위 상정도 안돼

[이데일리 윤진섭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의 청산소득 법인세 과세이연 법안과 이슬람 채권(수쿠크) 발행을 위한 법률안 개정이 결국 2월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들 법안은 4월 국회에서나 처리를 기대하는 상황이 됐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당초 2월 임시국회에서 논의키로 했던 LH 청산소득 법인세 과세이연에 대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과 이슬람채권에 세금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기로 했다. 두 법안은 4월 국회에서 다시 논의된다.

◇ `소급 논란` 때문에..LH 청산소득 법인세

기업간 합병이나 분할로 소멸하는 법인은 법인세법 49조에 따라 유보사항들이 합병 법인에 승계되지 않으면 청산시점에 세금부담이 생긴다. LH의 경우 승계가 불가능한 유보금액이 1조원 가량으로 추산됐고, 이에 따라 2497억원의 청산소득 법인세가 LH에 부과됐다.

정부는 청산소득 법인세를 납부시점을 미뤄주기 위해 서병수 한나라당 의원 명의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지난 연말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이 작년 9월에 주공과 토공이 청산절차를 마무리했기 때문에 관련 법을 개정할 경우 소급입법이 된다면 반대했고, 결국 작년 말에 이어 2월 국회에서도 이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게 됐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측 관계자는 "청산과 통합까지 마무리된 상황에서 뒤늦게 세금 납부를 미뤄달라는 것도 이해할 수 없고, 설령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이 자체가 소급 적용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며 "4월 국회에서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600억원에 달하는 합병평가차익 법인세는 재정부가 최근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 통합에 따른 합병평가차익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을 내림에 따라 납부 의무가 사라졌다.
 
◇ `테러자금 유입` 논란에..이슬람채권

외화표시채권 이자에 적용되는 비과세 혜택을 이슬람채권(수쿠크)에도 적용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조세소위에 법안 상정조차 못한 채 4월 국회로 넘어갔다.

기획재정위 한 관계자는 "의원들이 국내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를 다양화하고 중동권 자금을 도입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다"며 "하지만 일부 의원들이 여전히 테러자금 유입 가능성 등을 제기하고 있어 4월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막대한 법인세를 납부해야 하는 LH나 이슬람 채권 발행을 준비 중인 증권사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 `발만 동동거리는`..LH·금융 증권사

LH는 청산소득 법인세 2497억 원 중 97억원은 1월에 납부했고, 2400억원에 대해선 6월 30일까지 법인세 유예를 해놓고 있다. LH는 4월에도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사실상 법인세 납부가 불가피하다며 자금 마련을 위한 사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합병 이후 경영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2400억원의 목돈을 한꺼번에 납부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LH 고민이 크다. 특히 LH가 추진하는 정부 사업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보전해 주도록 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개정안(장광근 한나라당 의원)도 4월 국회로 미뤄졌다는 점도 LH 입장에선 부담이다.

이슬람채권 개정안이 4월 국회로 미뤄지면서 한국투자증권,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 관계자들 역시 ‘법안 개정이 지연될수록 이슬람 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신뢰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정부의 법안 개정 약속만 철석같이 믿고 서둘러 이슬람 금융시장 진출을 준비해왔다”며 “법안 개정이 또 다시 지연되면서 이슬람 자금의 국내 유치는 더욱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전 세계 각국이 중동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각종 세금 감면 등 제도를 마무리하거나 이미 채권을 발행한 상태"라며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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