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는 20일 오전 한국방송학회와 공동으로 ‘공정거래법상 대기업 규제의 부당성과 타 법률의 공정거래법 원용의 문제점’ 세미나를 개최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개회사에서 “미디어 분야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현행법상 기업집단 지정제도가 우리 기업에 부담이 될 우려가 있다”며 “대기업이 보유한 풍부한 투자 자원이 미디어·콘텐츠 등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의 주춧돌이 될 수 있도록 법제의 전반적인 개편을 검토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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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지정제도는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 국내총생산(GDP)의 0.5% 이상인 기업집단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하는 제도다.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 규제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실증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지 교수는 “1986년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기업집단 규제가 도입된 이래 대규모기업집단 시책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며 “기업집단의 출자구조에 대한 사전규제는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다양성을 제약하고, 기업가치와 경영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명성 제고 및 지배구조 개선으로 인한 편익과 경영 활동 제약에 따른 비용을 비교해 기업집단 지정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기업집단 규제의 강도를 의미하는 규제 지수와 경제성장 및 기업가치의 관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규제를 강화할수록 시가총액 증가율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 교수는 이 같은 기업집단 지정의 문제점에 대한 실증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 기준을 방송법 등 타법에서 그대로 원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대기업 정책에 경제 현실을 과학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발제에서 방송법·방송광고판매대행등에 관한 법률(미디어렙법)상 소유·겸영 규제의 영향을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국내 총생산 증가에 따른 기업들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방송법상 대기업 기준은 2008년 수준(10조 원)을 유지하고 있어 현실에 뒤처진 낡은 규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법은 경제 규모의 확대를 반영해 대기업 집단에 대한 기준을 2008년 이후 꾸준히 높여왔지만 방송법 상 대기업 집단 기준은 2008년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 결과 2008년에는 방송법 상 대기업 집단 기준이 공정거래법 상 기준보다 2배 높았으나 2016년 이후로는 양 법령 상 차이가 사라졌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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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이 교수는 단기적으로 △방송법상의 대기업집단 기준을 현행 10조원에서 30조원으로 상향 △GDP 연동방식으로 변경 △자산총액 기준이 아닌 대기업집단 순위 기준으로 변경하는 안을 제시했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민영 방송사에 한해서라도 대기업 소유 제한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시대에 뒤처진 규제로 미디어 산업 경쟁력 강화에 어려움이 크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미디어 생태계와 규제 체계를 만들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