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이주열, 금리 수준 여전히 완화적…"추가 조정은 경기개선 등 고려"

이윤화 기자I 2021.08.26 13:30:56

한은 8월 금통위 본회의 기준금리 연 0.75%로 15개월만 인상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도 소비 위축이 지난해처럼 크지 않아
올 경제성장률 4% 유지, 물가상승률은 2.1%로 상승 압력 높다
"추가 인상 시기는 코로나 변수, 주요국 변화, 경기 여건 볼 것"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지만 실질 기준금리는 여전히 큰 폭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다. 보건 위기 불확실성 여전히 크지만 향후 경기 여건에 맞춰 금리 정책을 조정해 나가겠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8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연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26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1년3개월만에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여전히 기준금리가 완화적이라는 판단을 명확히 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을 의결한 것은 2018년 11월(1.50%→1.75%) 이후 2년 9개월(33개월) 만이다.

이 총재는 “금융불균형 누증이 이어지는 가운데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도 소비 위축이 지난해처럼 크지 않아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종전 4.0% 수준으로 유지된데다가, 물가상승률은 2.1%로 당초 전망보다 0.3%포인트나 올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상방 압력이 커켰다”고 금리 인상 단행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0.25%포인트 인상에도 실질 기준 금리는 큰 폭의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신용공급을 감안하면 실물 경기 부담을 주는 수준이 아니고, 중립 금리보다도 지금의 기준 금리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있다”면서 “어느 정도 추가 인상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향후 경기 여건 판단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대답하기 어려우나 오랫동안 누증된 금융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는 거시건전성 정책과 함께 통화정책적 대응이 동반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의 통화정책 정상화 발목을 잡는 코로나 재확산 상황도 백신보급률 증가에 따라 안정되어 갈 것으로 봤다. 정부 방역 당국의 계획대로 10월께 4차 확산세가 잦아든다면 거리두기 완화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음달 추석 연휴 전까지 1차 접종률은 70%를 넘고, 접종완료율은 50% 가까이 올라갈 것으로 추산된다.

다음은 이날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최근 두 달간 진행된 코로나19 4차 유행이 올해 성장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는지와 향후 전망 및 영향은 어떤가?

△델타 변이에 따른 코로나 재확산은 소비 둔화를 가져오지만 우리 경제 기조적인 회복 흐름을 저해할 정도 아니다. 카드 지출액이나 이동량 등 고빈도 지표를 통해 지난해 봄과 비교하면 부정적 영향 감소폭이 상당히 작다. 이게 결국 학습효과라고 보는데 지난해 위기 초기에는 서비스는 물론 재화까지 전반 소비 위축됐으나 최근엔 재화 소비 크게 늘고 대면서비스의 부진도 덜하며, 온라인 거래를 통한 비대면 방식의 소비로 전환하고 있는 흐름이 파악된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 유지한 것은 소비에 부정적 영향이 있지만 수출이 견조하고, 추가경정예산안 등 성장률 상승 효과를 함께 고려했다. 방역당국의 전망을 기준으로 보면 지금 확산세가 9월까지는 진행될 것이나 10월부터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저금리가 지속이 우리 경제에 가져온 양면적 영향을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해 코로나 확산 당시 소위 리셉션, ‘R’의 공포라고 해서 경제 활동의 과도한 위축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그래서 금리를 낮춰 경제주체의 차입 이자부담을 덜어주는 등 경기 위축 방지에 분명히 기여했다. 지금은 경기 회복되는 국면인데 저금리 기조가 1년반 정도 지속되니 그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금융불균형, 차입 의한 과도한 수익 추구 행위다. 저금리의 양면성이 있는데 이제는 이런 불균형 해소에 우리가 역점을 둬야한다. 그래서 앞으로 금리 정책을 경기 여건 맞춰 조정해 나가는 과정을 밟기로 했다.

-금리인상으로 소비, 투자에 부담을 주면 성장률 회복이 예상보다 더뎌질 수 있다거나 일부 대면서비스업 등 취약계층의 고통 우려는 어떻게 보나?

△이론적으로만 보면 금리 인상이 소비와 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은 맞지만 그를 감안한 경제성장률 전망은 유지됐다. 금리를 인상하면 항상 차입이 많은 가계, 영업의 애로를 겪는 기업이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통화정책은 거시경제 여건으로 판단 할 수 밖에 없고, 금융불균형 완화를 지체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에서 이번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통화정책 정상화를 해나가되 취약계층은 재정이 1차적으로 지원하고, 한은도 금융중개지원대출(금융기관에 연 0.25%의 초저금리로 자금을 공급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대출을 지원하는 제도) 등을 통해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

-금리를 올리면 대출증가, 집값 상승 억제에 도움이 될지와 어느 정도 인상이 적절한지 궁금하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경제 주체의 차입 비용 높아지고 위험 선호 성향을 낮추게 됨으로 이를 통해 가게부채 증가세, 주택 가격 오름세를 둔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집값에는 정부 주택 정책, 주택 수급 상황, 경제 주체들의 자산가격 기대 요인 등 여러 요인이 얽혀있어 통화정책 접근도 필요하지만 정부의 다른 정책이 효과적으로 같이 추진돼야 한다. 추가 인상 정도는 경기 회복세 지속, 물가 상승압력, 금융불균형 위험 누적 등 종합 고려해 경기 개선 속도에 맞춰 점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최근 물가와 환율 상황은 어떻게 보나?

△물가 상황은 최근 몇 달간 한은의 목표치를 상회하고 이 같은 상황이 당분간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소비자 물가상승률 수준은 지금보다는 낮아지겠으나 수요 면에서의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생각보다 높은 수준의 물가가 좀 더 길게 갈 가능성은 없는지 같이 보고 있다. 기대 인플레도 2% 훌쩍 넘는 수준으로 가고 있어 향후 전망을 눈여겨 보고 있다.

환율은 특별히 언급하긴 어려우나 최근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원화가 상당폭 절하됐는데 달러 강세 때문이다. 주된 이유가 미 연준의 연내 테이퍼링 기대 높아졌다.

-국내외 연구기관 등에선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크게 낮추고 있다. 한은이 예측하는 잠재성장률도 코로나19 이후 떨어지고 있나? 그렇다면 어떤 대응이 필요한지와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은 어떤가?

△IMF도 그렇고 최근 여러 기관에서 우리 잠재성장률을 낮춘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은도 코로나 충격 등을 감안해 잠재성장률 재추정한 결과는 올해와 내년에 우리경제 잠재성장이 2%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2~3년 전 추정은 올해, 내년을 2.5% 내외로 봤는데 2% 수준으로 상당폭 낮아진 것은 인구구조 변화가 지속된데다가 코로나 충격으로 고용 사정이 나빠지고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저하된 요인이 컸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코로나가 남긴 지속적 영향 ‘상흔 효과’를 빨리 최소화 해나가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면서 변화된 경제 구조에 신속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장을 끌고 나갈 신선장 산업 지원을 과감히 강화하고 기업의 투자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나가지 않고는 잠재성장률 높이기 어렵다. 고용은 여건 취약한 여성이나 청년 경제 활동을 높이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잠재성장률 하락하면 원론적으로 장기적으로 금리 인상 제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있는데 정상적인 금리 수준 ‘노멀 레벨(Normal level)’ 자체가 낮아질 것이다. 이는 당연한 원론적 이야기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했는데, 점진적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서두르지는 않겠지만 지체하지도 않겠다 이게 점진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추가 조정 시기는 가장 큰 변수가 코로나 상황이 경제에 줄 영향인데, 성장경로가 예상에 부합하는지 미 연준 등 주요국의 정책 변화, 금융불균형 상황 등을 보면서 금통위원들이 고민의 고민을 통해 결정해나갈 것이다. 늘 그렇듯 서둘러서도 안되나 지체해서도 안된다고 강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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