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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사상 처음 엿새 연속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동하는 등 최악의 미세먼지 대란이 확산되면서 어린 아이를 둔 학부모들의 불안과 공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이에 학부모들은 직접 청와대와 교육부, 시도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행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6일 주요 인터넷 맘카페나 학부모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미세먼지가 자욱한 집 밖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로 아이들을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의 미안함과 불안감, 그로 인한 원성이 담긴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한 인터넷 맘카페에 글을 올린 학부모는 “정부에서는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는 문자 하나 달랑 보내고 외출을 자제하라고, 학교에서 실외수업을 하지 말라고만 하는데 그걸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학부모도 “아이들에게 교실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하는데 공기청정기 하나 없는 교실 내부가 실외보다 더 안전하다고 보는 걸까”라며 정부 시책을 비판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의 엄마는 “첫날은 적응을 위해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지금 창밖을 보니 답이 없다”며 하소연했고, 이에 또다른 엄마는 “어떤 분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 아이를 어린이집에 안 보냈더니 한 달에 등원이 사흘뿐이었다고 하더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렇다보니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학부모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나 민원, 정책제언 등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회원수만 9만9000여명을 자랑하는 최대 카페인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이하 미대촉)’의 경우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국민권익위원회의 ‘국민신문고’에 미세먼지 대책 마련을 위한 릴레이 민원 신청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일단 교실 내 공기청정기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가장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조명래 환경부 장관으로부터 긴급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적어도 아이들이 실내에 들어가면 안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 대용량 공기정화기를 빠르게 설치할 수 있도록 공기정화기 보급에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실제 이날 교육부에 따르면 당국이 지난달 유치원과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등 모든 학교를 조사한 결과, 전국 2만877개 학교에 있는 27만2728개 교실 가운데 41.9%에 해당되는 11만4265개에 공기청정기나 기계환기설비 등 공기정화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그나마 유치원 교실에는 97%, 초등학교에는 75% 공기정화장치가 설치돼 있었지만 중학교의 경우 25.7%, 고등학교는 26.3%에만 공기정화장치가 있었다.
그 밖에도 “마스크를 비롯한 미세먼지 관련 용품을 구매할 경우 연말정산 때 세금을 공제해달라”거나 “미세먼지가 심한 겨울방학 기간을 더 늘려달라”는 등 다양한 요구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 이미옥 미대촉 대표는 한 라디오에 출연, “‘미세먼지’라는 단어 대신에 ‘1급 발암물질’이라는 느낌이 들어간 용어로 바꿔 국민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고 제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