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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누구나 존엄하게’라는 슬로건으로 열린 ‘2018 인권의날’ 기념식은 특히 세계인권선언이 발표된 지 70주년을 맞아 이뤄졌다. 인권의날은 지난 1948년 12월 10일 프랑스 파리 UN총회에서 발표한 세계인권선언을 기념해 지정됐다.
이날 세계인권선언을 낭독하는 순서에는 인권 침해를 겪은 피해자들이 직접 각자의 사연을 고백하고 인권선언을 낭독하며 그 의미를 더했다. 한국 최초의 혼혈 흑인모델인 한현민씨가 “저의 피부색은 틀림이 아니라 다름입니다”고 말하며 ‘모든 사람은 인종·피부색·성·언어·종교 등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는다’는 세계인권선언 제2조를 낭독하는 것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세월호 희생자 유미지 학생의 아버지인 유해종씨가 “국가의 무능함으로 희생되는 국민이 없는 나라를 정말로 희망합니다”고 말하며 ‘모든 사람은 자기 생명을 지킬 권리, 자유를 누릴 권리, 그리고 자신의 안전을 지킬 권리가 있다’는 제3조를 낭독했다. 전두환 정권 시절 대표적인 인권유린 사건의 피해자인 형제복지원 피해자 한종선씨는 “저는 무엇 때문에 야만적인 격리와 폭력으로 고통받았을까요”라고 말하며 ‘모든 사람은 법앞에 평등하며, 차별없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의 제7조를 낭독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간첩조작 사건 피해를 겪은 유우성씨는 “간첩이라는 누명을 벗기까지 천일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며 ‘모든 사람은 독립적이고 공평한 법정에서 공정하고 공개적인 심문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내용의 선언 제10조를 낭독했다. 이어 땅콩회항 사건의 갑질 피해자인 박창진 대한항공 전 사무장은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는 갑질은 처벌받아 마땅합니다”고 말하며 ‘모든 사람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대해 한 인간으로서 의무를 진다’는 내용의 제 29조를 낭독했다.
이어 국가인권위원회 사형제 폐지 명예대사인 가수 이은미씨가 “혐오와 차별을 넘어 누구나 존엄하게”라고 말하며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는 내용의 선언 제1조를 낭독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세계인권선언 낭독에 이어진 축사를 통해 “인권은 다름을 차별이 아니라 존중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어우러져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어떠한 고난에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변화를 완성시키는 것이다”며 “또한 인권을 무시할 때 야만의 역사가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역사의 교훈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인권의 가치를 최우선에 두면서, 결코 포기 하지 않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겠다”며 “인권과 평화를 향한 이 길에 국민 여러분께서 함께 해주시길 희망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