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페소화…IMF 구원 손길에도 끝없는 추락

방성훈 기자I 2018.05.15 09:53:03

페소화 14일 달러당 25페소 7.7% 급락…지난 12일간 18% 급락
주식·채권·유동성 등 압박…100년만기 국채, 액면가(1달러) 보다 14센트 낮게 거래
IMF, 18일 비공식 이사회…아르헨티나 긴급 금융지원 방안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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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가 달러당 25페소까지 추락했다. 역대 최저치다. 가파른 금리인상,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요청 등 각종 방어책도 투자자들의 자본 이탈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아르헨티나 정부와 중앙은행의 대응으로는 이미 잃어버린 투자자들의 신뢰를 다시 회복시키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4일(현지시간) 달러 대비 페소화 가치가 7.7%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외환시장 개장과 동시에 달러당 25페소까지 추락, 지난 12일 동안 무려 18%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신흥시장 통화가 일제히 타격을 입었는데, 페소화 역시 자유롭지 못했다. 페소화는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달러당 15페소 수준에서 거래됐다. 하지만 최근엔 달러당 23페소 수준까지 가치가 떨어졌고, 이날 25페소로 역대 최저점을 찍었다.

페소화 가치 하락은 주식 및 채권 시장도 압박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100년 만기 국채는 액면가(1달러)에 14센트 모자란 86센트에 거래되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관련된 전자상거래 펀드 수익률은 1% 이상 하락했다.

그렇지 않아도 적은 유동성마저 옥죄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장외시장에서 페소화의 회전율은 하루 평균 10억달러에 그쳤다. 이는 신흥국 통화 중에서 가장 적은 것으로, 최근 페소화 가치 급락세가 이같은 현상을 더욱 부추겼다고 신문은 전했다.

페소화 가치 급락은 특히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아르헨티나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24.8%에 달했으며, 올해 3월에는 25.4%까지 치솟았다. 중앙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인 1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페소화 하락을 방어하고자 지난달 27일부터 불과 일주일 새 기준금리를 3차례나 올렸다. 이에 따라 27.25%였던 기준금리는 40%까지 높아졌다. 중앙은행은 또 페소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시장에도 무작위로 개입했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는 오히려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게 만들었고 자본 이탈을 가속화시켰다. 결국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지난 8일 IMF에 300억달러(32조3700억원) 규모의 탄력대출을 요청했다. 지난 2001년에도 1000억달러 부채로 디폴트를 선언한 이후 또다시 IMF에 손을 벌리게 된 것이다.

자본 이탈이 심화되자, IMF는 구제금융 지원 여부를 신속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6주 가량 걸리는 협상도 급박한 아르헨티나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해 협의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IMF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의 공통된 목표는 신속한 결론을 내는 것”이라며 “오는 18일 열리는 비공식 이사회에서 아르헨티나의 긴급 금융지원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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