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윤수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5일 서울 소공로 한국은행 본관 2층에서 열린 ‘2024 한은-한국개발연구원(KDI) 노동시장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 일자리 비중이 전체의 14%에 불과하다는 KDI 연구가 나왔는데 기업 규모가 클수록 AI를 채택하는 속도가 빠르다면 그로 인해 생산성, 임금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한요셉 KDI 노동시장연구팀장은 ‘인공지능 기술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AI 기술 도입 및 영향 확대는 총량적으로는 노동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전문직 수요는 증가시키고 청년층 및 전문개졸 이상 중심으로 중간 숙련 수요는 감소시킨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토론에 참가한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팀장은 “얼마 전 한은 연구에선 고소득, 고학력 일자리가 AI에 노출된다고 보고서를 썼는데 어쩌면 20년 뒤 데이터를 실질적으로 분석해보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들은 AI 적응력이 높아 잘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팀장은 “관건은 대학에서 어떤 것을 배우냐가 중요하다. 지식을 단순히 습득한 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면서 질문을 계속 던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 팀장은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 차후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고령층이 청년층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토론이 이뤄졌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부연구위원은 ‘인구구조 변화와 중장년층 인력 활용’이라는 보고서에서 “분석 및 사회 직무 비중이 높은 일자리에서 고령층이 청년층을 대체하기 어렵다”며 “고령층 일자리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신체, 반복 업무 중심”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 원인에 대해선 고령층의 기술 부족보다는 기회 부족을 꼬집었다. 김 부연구위원은 “제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경우 충분한 기술이 있음에도 청년층 고용을 대체하기 어려운 제도적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삼일 팀장도 “2차 베이비부머는 고학력이고 동시에 이들은 일할 의지가 있는데 60대가 넘어가면서 직업을 옮길 때 사회적 업무에서 이탈하는 경향이 높다”며 “이는 획일적 정년제도 등 노동시장 경직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고령층과 청년층 일자리 대체 관계가 없다고 규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은 기술 발전으로 ‘에이징 프렌들리 잡(age-freindly job)’이 증가하면서 물리적 힘을 덜 요하고 유연성이 높은 일자리들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공지능, 고령화 등에 대비해 노동자들이 제대로 교육받으려면 ‘연공서열’ 방식의 임금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는 유독 얼마나 똑똑한가보다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높아지는 체계인데 이런 체계에선 직업 훈련을 해야 할 동기를 못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