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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일수록 'AI'도입 빨라…"AI가 생산성·임금 격차 확대시킬 우려"

최정희 기자I 2024.03.05 12:27:15

한은-KDI 노동시장 세미나
"가뜩이나 대기업 일자리 비중 14%로 적은데..."
고령층, 청년층 일자리 대체 효과 적어
고령층 기술, 생산성 부족이 아니라 '기회 부족'
"획일적 정년제도가 고령층 재취업, 생산성 낮은 일자리로 몰아"

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4년 한국은행 노동시장 세미나. 사진 왼쪽부터 한국은행 고용분석팀 채민석 과장, 한국노동연구원 허재준 원장, 한국은행 서영경 금통위원,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 KDI 조동철 원장, KDI 고영선 부원장, 한국은행 물가고용부 이정익 부장, KDI 한요셉 노동시장연구팀장(사진=한은)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기업 규모가 클수록 인공지능(AI) 도입이 활발하고 규모별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가뜩이나 대기업 일자리 비율이 10%대인 상황에서 AI기술이 생산성과 임금 격차를 확대시킬 수 있다.”

박윤수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5일 서울 소공로 한국은행 본관 2층에서 열린 ‘2024 한은-한국개발연구원(KDI) 노동시장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 일자리 비중이 전체의 14%에 불과하다는 KDI 연구가 나왔는데 기업 규모가 클수록 AI를 채택하는 속도가 빠르다면 그로 인해 생산성, 임금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한요셉 KDI 노동시장연구팀장은 ‘인공지능 기술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AI 기술 도입 및 영향 확대는 총량적으로는 노동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전문직 수요는 증가시키고 청년층 및 전문개졸 이상 중심으로 중간 숙련 수요는 감소시킨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토론에 참가한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팀장은 “얼마 전 한은 연구에선 고소득, 고학력 일자리가 AI에 노출된다고 보고서를 썼는데 어쩌면 20년 뒤 데이터를 실질적으로 분석해보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들은 AI 적응력이 높아 잘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팀장은 “관건은 대학에서 어떤 것을 배우냐가 중요하다. 지식을 단순히 습득한 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면서 질문을 계속 던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 팀장은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 차후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고령층이 청년층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토론이 이뤄졌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부연구위원은 ‘인구구조 변화와 중장년층 인력 활용’이라는 보고서에서 “분석 및 사회 직무 비중이 높은 일자리에서 고령층이 청년층을 대체하기 어렵다”며 “고령층 일자리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신체, 반복 업무 중심”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 원인에 대해선 고령층의 기술 부족보다는 기회 부족을 꼬집었다. 김 부연구위원은 “제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경우 충분한 기술이 있음에도 청년층 고용을 대체하기 어려운 제도적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삼일 팀장도 “2차 베이비부머는 고학력이고 동시에 이들은 일할 의지가 있는데 60대가 넘어가면서 직업을 옮길 때 사회적 업무에서 이탈하는 경향이 높다”며 “이는 획일적 정년제도 등 노동시장 경직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고령층과 청년층 일자리 대체 관계가 없다고 규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은 기술 발전으로 ‘에이징 프렌들리 잡(age-freindly job)’이 증가하면서 물리적 힘을 덜 요하고 유연성이 높은 일자리들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공지능, 고령화 등에 대비해 노동자들이 제대로 교육받으려면 ‘연공서열’ 방식의 임금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는 유독 얼마나 똑똑한가보다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높아지는 체계인데 이런 체계에선 직업 훈련을 해야 할 동기를 못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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