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이규원 검사 범죄혐의 상부 보고 후, 갑자기 수사 멈춰"

한광범 기자I 2022.01.12 12:30:14

안양지청 수사팀 검사, 이성윤 재판서 증언
"당시 이규원 소환 조사 없이도 기소 가능"
"장준희 부장검사 주도로 중단된 수사 강행"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을 불법으로 막으려 했다는 의혹의 수사를 무마하려던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1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의 수사팀 검사가 “안양지청 지휘부에 이규원 검사의 범죄 혐의를 보고한 후 갑자기 수사가 멈췄다”고 증언했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선일) 심리로 열린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수환 전 검사는 이 같이 밝혔다.

최 전 검사는 2019년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3부 소속으로 장준희 부장검사, 주임검사인 윤원일 검사와 함께 김 전 차관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했던 인물이다.

당시 수사팀은 2019년 6월 17일과 18일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검사였던 이규원 검사의 범죄사실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했다. 당시 보고서엔 이 검사의 대략적인 혐의, 법리 검토 내용에 더해 “원칙적으로 처리 예정”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최 전 검사는 “당시 보고서에 적힌 혐의보다 더 많은 혐의를 포착한 상태였다. 수사된 내용만으로도 이 검사를 소환조사 없이 기소가 가능할 정도였다”며 “수사팀에선 보고서를 내면 외압을 받더라도 수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결과 당시 보고서는 이 고검장이 부장으로 있던 대검 반부패강력부에 보고됐다. 이와 관련해 당시 반부패강력부 관계자들은 “안양지청 수사팀이 갈등을 겪던 안양지청 지휘부가 승인하지 않은 보고서를 대검에 보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사팀 내 서열상 안양지청 지휘부와의 갈등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는 최 전 검사는 “당시 수사를 빠르게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어느 시점에선 수사팀이 머뭇거리다가 뒤늦게 빠르게 진행하려고 한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수사팀, 외압 상황서 수사 가능한 방안 고민”

그는 “특별수사는 수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매일 조사를 해야 하는데, 보고서 작성 얼마 후 갑자기 수사가 멈춘 느낌이었다”며 “김 전 차관 사건 수사를 하지 않고 일반 미제 사건을 정리하는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최 전 검사는 이와 관련해 “당시 윤 검사로부터 ‘지휘부가 현직 검사를 수사해야 하는 상황과 사회적 분위기 등을 이유로 수사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다만 윤 검사는 외압이 있어도 수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고, 수사가 멈추면 직무유기란 생각도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장 부장검사도 당시 윤 검사와 최 전 검사에게 지휘부와의 갈등 상황을 일정 부분 설명했다. 그는 “이현철 안양지청장이 사건을 수원고검과 대검 감찰본부에 보고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수사를 그만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윤 검사와 최 전 검사는 “여기서 수사를 멈추면 큰일 난다. 현직 검사가 수사권을 행사하며 저지른 매우 중대한 사건이다. 이런 사건을 수사하지 못하면 검사를 왜 하느냐”며 “수사를 멈추면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결국 얼마 후 수사는 다시 재개됐다. 최 전 검사는 수사 재개 경위에 대해 “어느 시점에 갑자기 부장님(장준희 부장검사)이 저를 불러 ‘조사를 하라’고 했다”며 “위에서 수사를 못하게 하는데도 강행하는 느낌이었다”고 증언했다.

최 전 검사는 이날 김 전 차관 불법 출입금지 사건을 수사하게 된 계기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당시 안양지청 수사팀엔 법무부가 대검에 수사의뢰한 김 전 차관 출국금지 정보 유출 의혹에 대한 사건이 배당된 상태였다.

그는 “당시 유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법무부에서 보낸 출입국정보 시스템의 로그기록을 검토하던 중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 조치와 관련해 입력 내용이 여러 차례 수정된 것을 확인했다”며 “기록 변작 가능성을 확인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