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0.6%(전년동월대비)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10월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사업인 통신비 2만원 지급 영향으로 0.1% 상승에 그친 바 있다. 이후 통신비 지급 효과가 마무리되면서 상승폭을 0.5%포인트 키웠다. 다만 상승폭 자체는 두달째 0%대를 기록하며 저물가 기조를 지속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류 가격 하락, 교육 분야 등 정책 지원에 따른 공공서비스 가격 하락,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외식물가의 상승폭 제한 때문에 전체 저물가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1.0% 올라 올해 상승폭이 가장 컸다. 근원물가가 1.0% 이상 오른 것은 지난해 2월(1.3%) 이후 처음이고 동월 기준으로는 2018년 11월(1.4%) 이후 2년 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0.6% 올랐다. 10월(-0.3%) 21년여만에 역성장했다가 한달만에 상승 전환했다.
전월세값 급등은 근원물가 상승폭을 키우는데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집세는 0.6% 올라 2018년 6월(0.6%) 이후 2년 5개월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전세는 0.8%, 월세는 0.4% 각각 상승해 2018년 12월(0.9%), 2016년 11월(0.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아파트 전세시장은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포함한 임대차3법 시행 영향으로 매물 부족과 전셋값 상승세를 겪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 종합 전세가격은 전월대비 0.66% 올라 2013년 10월(0.68%)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수도권 상승폭은 0.74%로 더 크다.
통계청의 집세 조사는 매월 초순 표본 1만가구를 조사해 이중 계약을 갱신했거나 신규 계약을 체결한 가구의 전세가격에 가중치를 적용해 반영한다. 상승폭은 감정원의 조사와 다를 수 있지만 상승세나 하락세에서는 통상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근원물가가 오른 이유는 최근 집세 상승세가 원인 중 하나”라며 “축산물이나 승용차 등 비내구재 상승도 (근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품목으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0.1% 내려 두달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식품(3.7%)이 올랐지만 식품 이외가 2.3% 내린 영향이다. 신선식품지수는 13.1% 올라 8월부터 4개월 연속 두자릿수대 상승세를 이어갔다. 신선과실이 25.1% 급등했고 신선어개(생선·해산물)와 신선채소는 각각 7.1%, 7.0% 올랐다.
품목성질별로 봐도 농축수산물이 11.1% 오르며 4개월 연속 10%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가을배추·무 등의 출하로 수급이 안정세를 찾으며 상승폭 자체는 전월에 비해 축소했지만 장바구니 부담은 여전히 높다는 판단이다.
품목별로는 양파(75.2%), 파(60.9%), 사과(36.4%), 고춧가루(30.8%), 돼지고기(18.4%), 국산쇠고기(10.5%), 쌀(9.7%) 등이 상승했다.
공업제품은 저유가 기조 영향으로 0.9% 내려 8개월째 하락세를 지속했다. 경유와 휘발유가 각각 18.9%, 14.1% 내렸고 TV는 7.7% 하락했다. 기능성화장품(7.3%), 수입자동차(5.1%), 대형승용차(3.5%) 등은 상승했다. 도시가스와 지역난방비가 각각 10.3%, 2.6% 내리면서 전기·수도·가스도 4.1% 하락했다.
지출목적별로 보면 식료품·비주류음료(6.9%) 등은 상승한 반면 교통(-4.3%), 교육(-2.1%), 통신(-1.6%), 오락·문화(-0.5%) 등은 하락했다. 지난달부터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민간소비가 다시 위축돼 물가 상승폭을 제약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침체에 대한 디플레이션 우려는 상존한 가운데 생활에 필수적인 전세가격이나 농산물 등은 올라 국민들의 체감 물가는 상당히 올랐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돼 경기가 계속 가라앉는 상황으로 고용 축소에 따른 가처분소득 감소 등이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