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산업의 추락]韓경제 성장엔진, 이젠 존폐 위기에

민재용 기자I 2013.04.08 16:07:52

2005년 이후 업계 누적 적자폭 1조원 달해
수요 지속적 감소..구조조정도 진행 안돼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한국 경제의 고속 성장과 궤를 같이해온 국내 건설 산업의 뿌리 시멘트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건설 경기 침체로 시멘트 수요량이 급감하자 만성 적자의 늪에 빠지며 존폐 위기에 처해 있는 것. 일부 시멘트 업체는 시장에 매물로 나왔으나 매수자를 찾기도 어려워 업계 구조조정 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

▲2005~2012년 주요 시멘트 7개사 당기 순이익(단위: 억원)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8년간 쌍용양회, 동양시멘트, 성신양회 등 국내 시멘트 7개사의 누적적자는 9679억원에 달하고 있다. 지난 8년간 흑자를 기록했던 해는 2005년과 2009년 단 2년 뿐이었고 나머지 6년은 모두 적자였다.

시멘트 업계가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게 된 주요 원인은 2004년 고점을 찍었던 국내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냉각됐기 때문이다. 짓기만 하면 팔렸던 아파트에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고 호황을 누리던 건설사들이 휘청거리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건설경기 침체에 건설사들이 아파트 건설을 미루자 시멘트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생산하기만 하면 팔려나가던 시멘트의 수요량이 급감하자 시멘트 사들의 수익성도 곤두박질 쳤다.

실제 2003년 5830만톤이었던 내수는 지속적으로 하락 지난해 4394만톤까지 줄어들었다. 시멘트 공장 가동률도 2003년 82.5%에서 72.5%로 급감했다.

설상가상으로 2000년 한라시멘트를 인수하며 국내 시장에 진입한 프랑스 시멘트사 라파즈가 2004년부터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시멘트 가격을 낮춰 판매하는 공격적 영업전략을 취하면서 업계의 수익성은 더 엉망이 됐다.

내수 감소로 그렇지 않아도 줄어든 파이를 놓고 업체 간 제살깎아먹기 식 가격 인하 경쟁이 본격화 된 것. 업계 관계자는 “국내 줄어든 수요량을 맞추기 위해선 업계 간 구조조정이 일어나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1980~90년대 폭발적인 건설 경기 붐 같은 촉매제가 없는 한 시장의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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