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춘동 김도년 송이라 기자] “캠코는 팩스로 서류 한 장 보내 놓고 실사를 해보지도 않은 기업에 은행 돈을 지원하라고 하는데, 이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채권은행 고위 관계자
“쌍용건설의 실질적인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캠코의 대주주 역할 뿐만 아니라 채권 금융기관의 공동지원 참여가 필수적인 상황입니다“ -캠코 고위 관계자
쌍용건설(012650) 유동성 지원을 둘러싼 대주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채권은행 간 대립이 극에 달하고 있다. 채권은행들은 지난 5일 캠코가 채권은행들을 소집해 유동성 지원 방안을 논의한 것 자체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앞으로는 주채권은행을 맡은 우리은행 주도로 회의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캠코와 채권은행 모두 쌍용건설 정상화를 위한 유동성 지원이란 큰 틀에는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채권은행들은 유동성 지원 과정이 지나치게 성급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에, 캠코는 자금 지원을 앞둔 채권단의 ‘눈치 보기’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캠코가 채권은행과의 동시다발적인 공동지원에 목을 매는 이유는 유동성 지원을 약속한 채권은행이 약속을 어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대주단협약을 통해 쌍용건설을 실사한 채권은행들이 만에 하나 13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하지 않기로 결의한다면 캠코가 우선 지원한 700억원은 ‘허공에 뿌린 돈’이 된다. 만약 쌍용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대주주로써 기업을 부실하게 만든 책임까지 떠안을 수도 있다.
채권은행들은 이 같은 캠코의 태도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부실채권정리기금 청산시한인 11월22일 안에 쌍용건설 지분을 팔기 위해 무리하게 은행 돈을 끌어들이려 한다는 것이다.
채권은행의 한 기업여신담당 임원은 “쌍용건설 경영 정상화에 드는 돈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대출 상환은 가능한지 등 유동성 지원 이전에 따져봐야 할 것들을 따져볼 여유도 없이 무조건 은행 팔을 비틀어 돈을 내놓으라고 한다”며 “마치 시집보내려는 딸의 상태가 좋지 못하니까 성형이며 예물이며 결혼 전에 드는 비용을 돈 빌려준 사람들한테 당장 내놓으라 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쌍용건설 유동성 지원 논의를 캠코와 채권은행들이 별도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채권단은 6일 우리은행을 주채권은행으로 대주단협약을 맺고 앞으로의 유동성 지원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지난 5일 캠코가 채권 금융기관 회의를 주최한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지금부터는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회의를 소집해 유동성 지원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