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주용기자] 다시 정치권이 분주해졌습니다. 대선을 향한 꿈틀거림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와중에 현직 대통령인 노무현 대통령이 여전히 정치권 실세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현재의 정치권을 이끌려는 노 대통령에게 뭔가 바람이 있다는 경제부 문주용 선임기자의 생각입니다.
우주탐사 초기, 탐사선은 멀리 태양계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대기권을 벗어나더라도 저 먼 우주를 항해하는데 동력이 충분치 않았습니다.
1961년. 미 캘리포니아 공대 제트추진연구소에 근무하던 젊은 연구원이 기막힌 개념을 발견해 냅니다. `스윙-바이(Swing-by)기술` 입니다.
탐사선을 행성 옆까지 접근시켜, 행성의 중력에 급속히 빨려들어가게 하다가 궤도 바깥쪽을 스치며 튕겨나가게 하는 개념입니다. 제약조건인 중력을 오히려 동력으로 역이용해 태양계 너머까지 항해할 수 있다는 이론으로, 지금도 NASA가 채택하고 있습니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글 정치가 다시 재연됐습니다. 임기말 참여정부의 역할이 무엇이어야 할까 하는 생각에서 이런 `스윙-바이`기술을 떠올립니다.
후배 정치지도자들을 향해 거침없이 날린, `정치, 이렇게 하면 안됩니다`는 글에서, 노 대통령은 한국을 이끌어가야할 정치지도자들의 똑바로 된 자세를 제시하려 했습니다.
`눈치 살피지 말고 당당하게 정치해야 한다`, `소신을 갖추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 `정당을 통해 책임정치를 할 줄 알아야 한다`, `투명하고 알기 쉽게 해야한다`는 내용들입니다.
이 정도가 되어야 `대한민국호(號)`를 이끌 선장 자격이 있는게 아니냐는 생각인데, "요즈음 지도자가 되겠다는 분들의 행보를 보면 가슴이 꽉 막히는 느낌"이 들어서 글을 썼다고 합니다.
보기에 따라 노 대통령의 조급증으로도 느껴집니다. 노 대통령은 본인이 이끈 `한국`이라는 우주 탐사선이, 지금 최대 속도로 날고 있다고 믿고 있을 것입니다. 설사 그렇다하더라도, 우리의 속도는 선진국 반열에 들어가는데 필요한 속도에는 훨씬 못미칩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최고 속도라는 사실이 아니라, 앞으로 새롭게 더 높은 속도가 필요하다는 점 입니다. 대통령의 고민도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행성이 우주 탐사선을 빨려들이다가 튕겨내며 높은 속도를 내게 해주듯,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미래 한국의 좋은 바탕이면서도, 새 동력의 원천이 되는 길을 가야 합니다.
노 대통령의 글이나 발언에는 차기 정부와 후배 정치지도자들을 구속시킬 소지가 적지 않습니다. 노 대통령의 강한 길들이기에 거부감을 느끼거나 자포자기 하는 인물도 나왔습니다.
노 대통령은 차기 정부에게 너무 짙은 밑그림을 제시하는 바람에, 그것이 구속이 되고 한계가 되게 하진 말았으면 합니다. 자신의 정책을 승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은 괜찮지만, 구속감은 좋지 않습니다. 참여정부로부터 동력을 받되 새로운 접근법으로 한층 빠르게 날고 싶은 갈망까지 위축될까 걱정입니다.
대통령의 옳고 분명한 주장은 앞으로도 대선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고 논의될 수 있습니다. 필요할 때는, 대선 주자가 실제적 공약으로 드러내며 검증받게 될 것입니다.
임기 마지막 해에도 참여정부는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지지율도 30%를 넘어서 상승세 입니다. 경쾌한 `스윙-바이`기술이 발휘되는 시기였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