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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젊은이들, 세계 각지서 속속 귀국…"뭐든 하겠다"

방성훈 기자I 2023.10.13 15:40:32

예비군부터 자원봉사자까지 남녀노소 불문 귀국
항공편 끊기자 SNS서 ''전세기 모금'' 등 도움 요청도
"군수물자 운송이든 자원봉사든 할일 있을 것"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전 세계에 뿔뿔이 흩어져 있던 이스라엘인들이 속속 이스라엘로 몰려들고 있다고 CNN방송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치르기 위해서다. 예비군부터 자원봉사자까지 수많은 이스라엘인들이 현지 생활도 포기하고 귀국길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거주하는 곳도, 연령도, 성별도 모두 달랐지만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기습공격을 감행한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비군들이 텔아비브 남부 군 기지에 합류하기 위해 군용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AFP)


지난 8일 영국에서 귀국한 벤 오바디아(38)는 하마스가 지난 7일에 이스라엘 남부 레임 키부츠 음악 축제 현장을 공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차라리 어머니를 죽여달라고 기도했다. 그게 납치되는 것보다는 더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음악 축제를 찾았던 그의 어머니와 남동생은 하마스의 공격을 피해 작은 덤불 속에 숨어 있었고, 8시간 동안 왓츠앱을 통해 오바디아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오바디아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총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메시지가 도착하는 데 2분이 걸렸고, 그 사이엔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나는 2분마다 오는 답장을 기다리며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고, 무력하게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정말 악몽과도 같았다”고 토로했다. 오바디아는 결국 안전한 장소가 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고, 남동생에게 지도를 보냈다. 덕분에 가족들은 가까스로 축제 현장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오바이다는 영국인 아내와 9살 쌍둥이 자녀와 이스라엘로 향했다.

오바디아는 가족들과 만난 뒤 텔아비브에서 인근 도시에서 방범 활동을 벌이고 있는 친구들과 합류했고, 현재는 식량을 실어나르거나 가족들의 상봉을 돕는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이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런던에서 TV로만 지켜보고 있을 수 없었다. (귀국하면) 무슨 일이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말했다.

오바디아는 전 세계에서 이스라엘로 돌아온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일 뿐이다. 안전을 이유로 이름을 밝히지 않은 ‘가이’라는 또다른 남성은 레임 키부츠 음악 축제에서 6명의 친구가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고 11일 귀국했다. 그는 “2명은 사망한 것을 확인했다. 다른 친구들 역시 장례식 등을 위해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갈릴리 해안 인군의 한 키부츠 주민들이 1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숨진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추모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AFP)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하마스와 전쟁 선포 이후 총 36만명의 예비군을 소집했다. 첫 30만명 동원은 48시간 만에 완료됐고, IDF는 10일 6만명을 추가 소집했다. CNN은 “이스라엘 인구가 약 970만명에 불과한 데도 미국 등과 비슷한 규모의 예비군 동원”이라며 “일부 예외가 있지만 18세 이상의 모든 이스라엘 국민은 예비군으로 복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비군 동원령 이후 소셜미디어(SNS)에는 전세기 대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모금 활동, 이스라엘로 향하는 비행기 표를 구하려는 도움 요청 등이 넘쳐났다. 이스라엘을 오가는 국제 항공편이 하나둘씩 중단된 탓이다. 이에 엘알·이스라에어·아키아 등 이스라엘 항공사 세 곳은 10일부터 항공편을 늘렸다.

네팔 산간 마을 여행 도중 하마스의 공격 소식을 듣고 귀국한 벤(가명·22)은 “네팔의 수도인 카트만두에만 100명이 넘는 이스라엘인들이 귀국을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며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게 정말 힘들었고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았다. 걱정하며 하루 종일 휴대폰으로 뉴스만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예비군으로 소집되지 않은 경우에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수많은 이스라엘인들이 귀국길에 나서고 있다. 캐나다에서 친구들과 함께 이스라엘로 돌아온 레이첼 골드(27)는 13개의 대형 짐가방을 체크인한 뒤 기내 수하물로 4개의 가방과 여러 개의 배낭을 들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가방엔 헤드램프, 손전등, 속옷, 양말, 칫솔, 휴대용 충전기, 단백질바 등 전쟁이 발발했을 때 필요할만한 소모품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들은 자원봉사자로 일할 계획이다.

골드는 “집에 앉아 뉴스를 보며 지원금을 보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절망감과 무력감 뿐이었다. 안전하게 해외에 있는 것보다 여기에 있는 게 덜 무섭다”고 말했다. 아직 18세가 되지 않아 군 복무가 불가능한 한 청소년은 사촌이 하마스의 공격으로 숨졌다며 물자를 운반하는 등 자원봉사 일이라도 돕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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