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80(2020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3.7% 올랐다. 물가 상승률이 3%대로 둔화한 것은 지난해 2월(3.7%) 이후 14개월 만에 처음이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후 상승폭은 둔화해 왔으나 올 1월까지 꾸준히 5%대를 유지하다가 지난 2월 10개월 만에 4%대로 떨어졌다. 최근 3개월 사이에는 1.5%포인트가 하락했다. 4월은 3월 상승률(4.2%)보다 0.5%포인트 더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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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속적으로 하락한 석유류가 물가 상승세 둔화를 견인하고 있다. 올해 석 달 내내 하락세였던 석유류는 4월엔 1년 전보다 16.4%나 떨어졌다. 이는 2020년 5월(18.7%) 이후 35개월 만에 최대폭 하락이다. 휘발유(-17.0%), 경유(-19.2%), 자동차용LPG(-15.2%) 등이 모두 두 자릿수 비율로 하락했다. 공업제품은 2.0% 상승해 전월(2.9%)보다 상승폭이 둔화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둔화된 주요 원인은 석유류가 전년 동월 보다 많이 빠진 효과”라며 “지난해 4월 많이 올랐던 기저효과가 반영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하락폭이 커졌으나, 전월과 비교하면 1.3% 소폭 올랐다”고 설명했다.
농축수산물의 물가상승률은 1.0% 올라 전월(3.0%)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농산물은 공업제품 역시 2.0% 상승해 전월(2.9%)보다 상승폭이 둔화했다. 채소류 물가가 7.1%로 상승했으나 3월보다는 7.5% 하락한 수준이다. 양파(51.7%), 파(16.0%) 등은 올랐으나 배(-21.7%), 포도(-11.1%) 등은 내려갔다. 축산물은 1년 전보다 1.1% 하락했고, 수산물은 6.1% 상승했다.
서비스 물가 중 공공서비스 물가는 1.0% 올랐다. 유치원 납입금(-6.2%)과 국제항공료(-4.9%) 등은 내렸지만 외래진료비(1.8%), 택시요금(6.9%) 등이 상승했다.
개인서비스 물가는 6.1% 올랐다. 외식 물가가 7.6% 올라 전월(7.4%) 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보험서비스료(17.6%), 공동주택관리비(5.3%) 등 외식 외 서비스 물가도 5.0% 올라 2003년 11월(5.0%) 이후 19년 5개월 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인건비, 재료비 등 원가 상승 요인이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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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근원물가는 이런 둔화세를 따라가지 않고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근원물가 지수는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한다.
변동성이 가장 큰 농산물과 석유류만 제외한 지수는 1년 전보다 4.6% 올라 3월(4.8%)보다는 낮아졌지만 작년 5월(4.1%) 이후 14개월째 4%를 웃돌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3개월 연속 4.0%를 기록하며 작년 8월(4.0%) 이후 9개월 연속 4% 초반대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결국 근원물가가 여전히 소비자물가 보다 높은 상황에서 안정 기조가 정착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김보경 심의관은 “총지수 측면에서 보면 확실히 하락폭이 커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는 추세이나 계절적 요인으로 변동이 큰 지수를 제외한 근원물가 기준으로 보면 아직 하락이 나타나지 않고 둔화 흐름이 유지되는 수준”이라며 “하반기에는 전반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전기·가스요금 인상 시기나 국제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 등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도 물가 둔화 흐름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향후 변동 가능성에 촉각을 세웠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국제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세계적 고물가 속에서 낮은 물가 정점을 기록했다”면서도 “국제에너지 가격 불확실성 등 향후 물가 불안요인이 남아 있는 만큼, 정부는 경계감을 잃지 않고 물가 안정 기조가 안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