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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복권 조치에 따른 복당 여론이 나온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너무 앞서나가는 것”이라며 “일단 건강 먼저 회복하시는 게 우선”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아울러 현재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국민 통합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추가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윤 후보의 답변에는 그의 복잡한 심경이 녹여져 있다. 그는 친이(親李)와 친박(親朴)을 모두 품에 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만 사면돼 그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사면이 보수층의 분열, 화학적 결합을 막는 장애 요소로 작동할 수 있다. 홍준표 의원이 “반간계로 야당 후보를 선택하게 또 다른 이간계로 야당 대선 전선을 갈라치기 하는 수법은 가히 놀랍다”고 지적한 이유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윤 후보가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해 수감됐다. 이런 탓에 그의 과거 수사가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를 수 있다. 이럴 경우 윤 후보에게는 악재다. 윤 후보가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배경이다.
친이계의 반발도 다독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 전 대통령의 사면 제외 소식 직후 이 전 대통령 측근들은 입장문을 내고 “우리는 이번 사면이 그 시기와 내용 모두 국민화합 차원이 아니라 정략적인 것으로 판단한다”며 “두 분 전임 대통령을 임기 내내 구속해 두었다가 대선을 목전에 두고 그 중 한 분만 사면했다. 사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구나 법치의 원칙으로나 국민 정서상으로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인사들을 사면하는데 대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전임 대통령의 사면을 활용했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친이계의 대표 인물이자 윤 후보의 최측근인 권성동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만 사면했을 경우 정치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이 전 대통령을 남겨둔 게 아닌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향후 활동에 관심이 쏠린다. 그의 행보에 따라 보수층의 분열이 가속되거나 결속력이 강화될 수 있어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의 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메시지 정치에 굉장히 능하다”며 “누구에게 어떤 식으로 얘기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폐청산에 대한 문제의식을 던질 가능성이 높아 윤 후보 입장에서는 흔들릴 가능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실제 정치 행보를 재개할지는 불투명하다. 박 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삼성서울병원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정치 활동 재개와 관련한 질문에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아니고 지금은 신병 치료에 전념하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