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경인고속도로 광명IC에서 빠져 남쪽으로 십여분 달리면 나오는 경기 시흥시 과림동 공장지역. 버스는 20~30분에 한 대 다니고, 택시는 호출조차 되지 않는 조용한 동네가 들끓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주민들의 분노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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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림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모(36·남)씨는 “단골 손님 중에 고령에 정신이 온전치 못한 분이 계신데 이분이 매일 ‘땅을 뺏겼다’고 얘기하신다”며 “(LH 직원들이) 이 동네 폐지 줍는 분들, 산 속에 사는 어려운 분들을 속여서 땅을 산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LH 투기 의혹 관련 수사는 3기 신도시 관련 직원들뿐만 아니라 이전 정권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8일 정부합동조사단장을 맡은 최창원 국무조정실 1차장은 “(3기 신도시 입지를 발표한) 2018년 12월로부터 5년 전인 2013년 12월부터의 거래내역을 검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3년 12월은 박근혜 정부 때로, LH 사태 조사 대상에 박근혜 정부까지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한씨는 “공기업 직원들이 정보를 미리 알고 와서 뒤통수를 쳤다는 게 말이 되나. 아마 1기 신도시 때부터 엄청 해먹었을 것”이라며 “이 건물은 지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재개발 발표 후 임대도 안 나간다. 도로를 다 뒤집어놓아서 먼지 날리고 손님도 줄었는데, 공시지가대로 보상은 못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주민 김모(58·남)씨는 “LH 직원뿐이겠나, 사돈의 팔촌까지 다 투기했다고 봐야 한다”며 “개발은 결국 없는 사람들이 쫓겨나고 있는 O들 돈 버는 것이다. 높은 사람들끼리 다 정해 놓고 자기들끼리 정보 공유하고 암암리에 돈놀이하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LH 직원이 투기한 것으로 적발된 문제의 과림동 땅 주인 60대 안모씨는 동네에서 본의 아니게 유명인사가 됐다.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땅은 1984년 상속받은 것으로 37년 만에 거래됐다. 8일 밤 8시 55분께 자택 앞에서 만난 안씨에게 기자 신분을 밝히자 “기자한테 할 말 없다”며 “난 여기 방문한 사람”이라고 언급을 피했다. 방문객이라던 그는 집 현관문 번호키를 누르고 집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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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찰은 LH에 대한 고강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9일 오전 9시 30분부터 LH 본사 및 경기 과천의왕사업본부, 인천지역 광명시흥사업본부 등 3개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3기 신도시 시행 예정지의 토지를 미리 사들인 혐의를 받는 13명의 주거지도 압수수색한다. 이들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도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