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를 펼쳐온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의 네이버 카페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천안 가방 학대 사망 사건 계모의 항소심 결과를 언급하며 정인양 양부모 변호사를 언급하는 누리꾼이 다수 보였다.
최근 정인양 양부모 변호인 측이 천안 가방 학대 계모를 변호한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정인양 양부모에 대한 첫 공판이 끝난 뒤 이들의 변호를 맡은 정희원 변호사는 “저도 저희 피고인을 보는데, 알면서 일부러 때릴 것 같진 않다”며 “저는 믿고 있다. 밟은 건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정 변호사는 “국민 여러분이 분노하는 이유를 저도 공감하고, 저희도 마찬가지”라며 “그래도 사실을 밝혀야 하는 게 저희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후 정 변호사가 천안 계모 가방 학대 사망 사건의 피의자인 성모(41)씨의 변호도 맡은 사실이 알려지며 누리꾼의 분노는 커졌다.
이에 대해 정 변호사는 한 매체를 통해 “제가 속한 법인이 맡은 것은 맞지만 제가 담당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6월 천안에서 발생한 아동 학대 사망사건은 살인죄는 인정됐으나 미필적 고의가 반영돼 1심에서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성 씨 측이 이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오는 29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는 계모 성씨가 9세 동거남의 아들을 여행 가방에 가두고 자녀들과 함께 여행 가방을 짓밟거나 드라이기로 온풍을 불어넣으며 학대해, 아이가 결국 숨진 사건이다.
이날 대전고법 형사1부는 성씨의 살인·아동복지법상 상습 아동학대·특수상해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2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5년형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가능성 있다는 점을 불확정적이라도 인식하고 있었다”며 “살인이 아닌 아동학대치사라는 피고인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범행은 일반인은 상상조차 못 할 정도로 악랄하고 잔인하다”며 “재판부 구성원 역시 인간으로서, 부모로서, 시민으로서 사건 검토 내내 괴로웠으나, 형사법 대원칙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어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검토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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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양 양모인 장모씨는 재판이 열리기 이틀 전 법원에 처음으로 반성문을 냈는데, 천안 계모 성 씨도 사건이 불거진 지 6개월 만이자 공판을 앞둔 지난달 16일 첫 반성문을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성문은 판결 양형 기준에 적용돼, 무거운 형벌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계모의 자녀 등 사망 당시 목격자가 있었던 천안 계모 사건과 달리 정인 양 사건에서는 목격자가 없고 구체적인 사망 원인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이처럼 “악마의 변호사”라는 대중의 비판에 대한변호사협회는 과거 ‘살인자도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성명을 냈다.
대한변헙은 “변호사 윤리규약에 따르면 변호사가 사건 내용이 사회 일반으로부터 비난받는다는 이유만으로 변호를 거절할 수 없다”며 “선별적 변호를 징계 사유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 수사기관이 부당한 구속과 조사를 통해 사건 실체를 왜곡해 무고한 시민이 억울하게 처벌받은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며 “이 때문에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변호인 조력을 받아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는 변호인 조력권을 규정했다”고 부연했다.
변협은 또 “모든 국민이 변호인 조력을 받아 재판에 임할 권리가 보장되지 않으면 검찰 등 수사기관에 비해 열세인 피의자나 피고인이 스스로 보호하지 못하게 되고, 이춘재 사건에서 억울하게 살인자로 몰린 윤모씨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정인양 양부모가 살인 등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재판은 증인신문 절차에 돌입했다. 검찰은 정인양의 사인을 감정했던 법의학자와 사망 당일 ‘쿵’ 하는 소리를 들었던 이웃 등 17명의 증인을 신청했다. 이들에 대한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7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