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혁신위]참호구축해 '셀프연임'…금융사 지배구조개선 필요(종합)

김경은 기자I 2017.12.20 12:30:37

스튜어드십도입 활성화ㆍ근로자추천이사제도 도입 권고
이건희 차명계좌 고율 과세 및 과징금 부과 필요
"케이뱅크, 은산분리완화에 기대지 말라"
기촉법 시효연장 '그만'

윤석현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서울시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최종권고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융위]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금융행정혁신위원회(혁신위)가 금융회사 지배구조 제도 개선과 관련해 ‘낙하산’ 방지를 위한 금융지주 회장의 자격요건을 신설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제왕적 CEO(최고경영자)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 회장 선임과 관련해 ‘셀프연임’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해 지배구조점검을 통한 민간금융사 흔들기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른바 채권은행 중심의 기업구조조정 수단인 워크아웃 제도의 근거법 ‘기업구조촉진법’에 대해서도 시효 연장 중단을 건의해 국내 기업 구조조정 판도를 흔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 지배구조개선…외풍차단·참호구축행위 방지 필요

윤석헌(사진) 혁신위 위원장은 20일 서울 광화문 정부 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혁신위 최종권고안을 발표했다. 혁신위는 지난 8월29일 금융당국 쇄신안 마련을 위해 외부 민간전문가 13인으로 구성돼 9차례의 전체회의와 4개 소분과위원 회의 등을 통해 이날 최종권고안을 내놨다. 최종구 위원장은 이달 21일 혁신위의 권고안 반영 추진계획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혁신위는 낙하산 방지를 위해 금융지주 회장의 자격요건으로 금융업 관련 5년 이상의 경험을 요구하는 금융회사별 내부규범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회장 선임을 위해서는 이런 조건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는 의미의 이른바 ‘적극적 자격 요건’을 요구한 것이다. 이를 통해 전문성 확보와 부당한 낙하산을 견제해야 한다는 게 혁신위 판단이다.

외풍은 차단하되 내부 인사(기존 회장)의 ‘참호구축’을 견제하는 방안 마련도 권고했다. 내부 인사의 참호구축이라는 표현의 뜻에 대해 윤 위원장은 “CEO가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 포함해 이사를 선임하고 이사들이 또다시 똑같은 CEO를 재선임하는 방식으로 ‘셀프연임’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셀프연임 지적으로 관치논란이 야기되는 것과 관련해선)참호구축을 통해 그 안에서 인사가 이뤄지는 행위를 지적하는 것을 관치로 나무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혁신위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다양화하고, 스튜어드십 도입 및 현행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의 주주제안권을 활성화해 주주가 추천한 회장과 사외이사 후보를 포함하는 것도 방안 중의 하나라고 소개했다. 금융사 노동자가 추천하는 전문가를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내용의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도 권했다. 다만 근로자추천이사제도는 이는 상법상 회사법체계와 연관되고 근로자의 경영 참여 적절성 논란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에 정부관계자와 이해관계자간 심도 있는 논의 후 도입을 검토하라고 단서를 달았다.

◇‘이건희 차명계좌’ 중과세 부과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해선 과징금과 소득세 부과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혁신위는 보고서 총 14쪽을 할애해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와 연관한 쟁점들을 짚었다.

금융위가 지난 2008년 유권해석을 통해 고율의 차등과세 필요가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림으로써 삼성에 면죄부를 준 것에 대해서는 타당한 판단이었는지 의문을 달았다. 지난 2008년 삼성특검은 1197개 차명계좌를 적발하고도 금융실명법 위반 내역과 과세 당위성 등에 대해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아 차명계좌에 대한 해석상 혼란을 가져오고 이건희 회장에게 면죄부를 부여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혁신위는 차명계좌가 실명 전환 의무 대상인지에 대한 해석상 논란을 없애기 위해 국회 등의 논의를 거쳐 입법으로 해결하고 금융실명법에 차명계좌도 실명 전환 의무가 있음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실명법은 차명계좌가 금융실명법상 거래자의 실질명의 계좌에 해당하는지와 실명 전환 의무가 있는지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아 해석상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삼성특검으로 드러난 1197개 차명계좌에 대해 인출ㆍ해지ㆍ전환 과정 및 지적 이후의 사후 관리에 관해 재점검하고 과세당국의 중과세 조치가 적절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과세당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달라고 덧붙였다. 삼성특검으로 드러난 차명거래는 금융실명제 취지에 반하는 만큼 과징금제도 도입을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기촉법 시효연장 중단 권고…구조조정 판도 대변화

일몰법으로 지정된 기업구조촉진법(기촉법)에 대해서는 시효 연장 중단을 건의했다. 기촉법은 워크아웃제도의 근거법규로 주채권은행 주도로 채무상환 유예, 신규자금 지원 등의 방안을 통해 기업 구조조정하는 근거 규정이다. 지난 2001년 한시법으로 규정했으나 법령 개정과 시효 연장을 통해 여전히 존치하고 있다.

채권은행 중심 구조조정은 자산악화 우려로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저해하고 민간 자본시장 참여 배제, 국책은행과 정부주도로 의사결정의 불투명성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 혁신위 판단이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 중심의 구조조정 체제 구축 로드맵을 작성하고 기업구조조정 관련 법제의 제정비를 요구했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율협약에 채권은행의 협의가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기촉법 시효 연장 중단에 따른 실효적 구조조정 수단 마련과 시장 플레이어의 참여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혁신위는 자본시장 중심의 선제적 구조조정 체계 확립을 위해 은행의 부실채권 매각을 촉진하고 민간 구조조정펀드에 대기업 구조조정 전문성을 갖춘 산업은행 등이 참여해 민간 구조조정 역량 배양을 지원하라고 권고했다.

특혜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위의 케이뱅크 인가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케이뱅크는 은산분리 등 정책적 지원이 아닌 스스로 발전모형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를 동일시하지 말라며 마치 핀테크의 ‘총아’로 떠오른 데 대해 경계했다.

윤 위원장은 “케이뱅크가 메기역할을 했다는 것은 혁신위에서도 인정하고 있다”며 “은산분리완화를 기대한 측면이 있고 특혜시비가 있는 만큼 케이뱅크 스스로 우리 금융을 위해 이바지할 수 있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적극적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코계약의 금융감독상 문제점과 관련해선 재조사에 나설 것을 권고했다. 단 피해규모가 컸던 중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대법원 판결이 나지 않은 기업이 분쟁조정을 통해 피해구제를 요청하면 재조사 등에 나서라고 단서를 달았다. 나아가 키코사태와 같은 유사 사례의 재발방지를 위해 소비자 피해를 가져올 가능성이 큰 금융상품의 판매를 금지할 수 있도록 ‘금융상품에 대한 판매중지명령권 제도’ 도입도 권고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