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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인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교동사거리 앞에서 태극기를 든 시민들은 약 200m떨어진 청와대를 향해 이처럼 크게 외쳤다. 비가 내려 이들은 우비를 입거나 우산을 쓰고 있었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세종로사거리에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제15차 3·1절 탄핵무효 총궐기 국민대회’(태극기집회)에 참가하고서 청와대 인근까지 나아갔다. 지금까지 모두 15번의 태극기집회 가운데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참가자들 상당수는 50~60대이었지만 20~30대 젊은 층도 눈에 보였다. 이들은 굳은 날씨에도 개별적으로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거나 혹은 대형 태극기를 함께 들고 행진하며 ‘국회해산’, ‘특검구속’, ‘탄핵무효’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시위대가 청와대 방향으로 더 진입하지 못하도록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 차벽과 병력을 배치했다.
탄기국 측은 당초 이날 본 집회를 마친 뒤 청와대와 국무총리 공관, 헌재, 숭례문 등 모두 5가지 방향으로 행진을 신고했지만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모여 대규모 행진이 위험할 수 있다”며 계획을 공식 취소했다. 그러나 주최 측의 공지에도 불구하고 일부 참가자들은 5개 방향으로 개별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 코스들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가 열릴 서울 광화문광장 주변을 지나기 때문에 이날 태극기 집회 측과 촛불 집회 측의 충돌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경찰이 광화문광장 남단의 세종로사거리와 북단의 율곡로는 물론 좌·우 방향으로도 차벽을 설치, 광화문광장을 사실상 완전히 봉쇄한 덕분에 두 세력이 부딪히지는 않았다.
청와대 방향 행진에서는 일부 실랑이도 있었다.
군복을 입은 일부 남성들은 길거리에서 일반인을 향해 “행진에 방해가 된다”며 인도 쪽으로 억지로 끌어내고 밀치기도 했다. 이들은 취재하는 기자의 진로를 방해하기도 했다. 집회 관리 중이던 의무경찰이 이 광경을 보고 급히 현장에 나와 충돌 상황을 정리하기도 했다.
오후 6시쯤 되자 참가자들은 각 방향 행진을 마무리하고 무대가 마련된 세종로사거리로 다시 돌아왔다.
한편 이날 태극기 집회에선 손가락을 자해했다는 50대 남성이 발견돼 경찰이 병원으로 옮기는 일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모(51)씨는 본인 집에서 흉기로 왼손 새끼손가락을 자르고서 붕대로 다친 부위를 감고 태극기 집회에 나왔다. 경찰은 집회무대 뒤에 있던 이씨의 손에서 계속 피가 흐르는 것을 발견, 인근 파출소로 데려가 응급치료를 하고서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집회 도중에는 몇몇 참가자들이 세종로사거리에 정차된 경찰 버스의 지붕으로 올라가 경찰이 지상으로 끌어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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