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팬택의 박병엽(사진) 부회장이 24일 채권단에 사의를 표명했다. 박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그동안 전적으로 믿고 지원해준 채권단에 감사한다”면서 “회사를 끝까지 책임지지 못해 송구하다”고 의중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회장이 회사를 떠날 결심을 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올 들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경영실적 탓인 것으로 풀이된다. 팬택 관계자는 “회사의 경영실적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박 부회장이 수장으로서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 사표를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안이 확정되면서 박 부회장이 사퇴를 최종 결심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팬택은 최근 경영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사업구조혁신을 추진하면서 전체 직원 2500명 가운데 800여 명을 대상으로 최소 6개월간 무급 휴직을 단행할 방침을 정할 정도로 경영상황이 심각한 수준이다. 팬택은 무급휴직은 대상 임직원의 선별작업이 끝나는 대로 곧바로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팬택의 경영위기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005930)와 애플의 양강구도가 지속되면서 올 들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의 판매량이 급속히 줄어들면서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팬택은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7850억 원에 영업손실 573억 원이라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팬택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15~16% 가량을 차지했으나 올 들어 12%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최고 국내 시장 점유율 20%를 넘어서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엎친데덮친 격으로 해외 시장에서의 판매량 감소도 팬택의 경영 실적을 크게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316만대에 달했던 해외 판매량이 올해 상반기에는 129만대로 무려 60%가 줄어들었다.
박 부회장이 사의를 표명하게 된 또 다른 이유로는 워크아웃을 졸업하는 과정에서 휴일을 반납하며 무리하게 업무를 계속하면서 심각할 정도로 악화된 건강이 꼽히고 있다. 회사 관계자도 “박 부회장이 회사를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쉬지 않고 일하다보니 현재 건강이 상당히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 부회장은 지난 5월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지분 10.03%를 넘기고 530억 원의 투자를 이끌어 내면서 회사 회생을 위한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적과의 동침’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타고난 ‘승부사’였던 박 부회장이지만 국내외 판매부진으로 인한 경영위기는 끝내 돌파하지 못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