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정부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절반 이상을 해제했다. 그동안 지가 급등을 우려해 투기적 거래를 억제했던 정부가 오히려 토지 거래 활성화에 나선 것이다.
30일 국토해양부는 전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중 절반 이상인 1244㎢를 해제했다. 이로써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전 국토면적의 3.1%에서 1.8% 수준으로 줄었다.
이처럼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더기로 해제한 것은 최근 토지시장 안정세가 지속돼 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정부는 금융위기가 시작된 지난 2008년 말부터 지속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다. 2009년 1월 1만㎢ 가량을 해제한 데 이어 작년에도 전체 허가구역의 절반인 2408㎢를 풀었다. 하지만 땅값 상승률은 1% 내외 수준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편이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정부의 이번 조치로 토지 거래 활성화로 당장 이어지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침체로 과거처럼 대규모 개발 사업이 진행되기 어려운 데다, 허가구역에서 풀린다 해도 규제가 중복으로 적용된 지역이 많아 당장 땅값이 급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로 토지 거래가 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팀장도 "과거에는 대규모 개발사업이 많아 땅값이 급등한 전례도 있었으나 최근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도 막혀 개발수요도 줄었다"며 "당장 토지거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고 도시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경기도 성남, 용인, 화성시 등 수도권 지역도 이번 조치에 따른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분석된다.
임병철 부동산114 팀장은 "이번 조치로 허가구역에서 풀린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이 녹지·비도시지역이어서 사실상 지목 변경을 하지 않으면 개발을 하기 어렵고, 규제도 중복으로 적용된 지역이 많아 토지에 대한 개발 가치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실제 허가구역에서 풀린 수원시 영통구는 농지지역이고, 파주운정3지구 인근 지역은 군사시설보호구역과 문화재보호구역 등도 함께 묶여 있어 허가구역에서 풀린다 해도 당장 토지를 개발하기는 어렵다.
한편 지가가 안정된 상황에서 투기수요에 숨통만 틔여준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세종대 변창흠 교수는 "개발 가치가 떨어진다 해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것은 투기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공공성을 강화해야 할 정부가 이번 조치로 오히려 투기수요를 되레 용인한 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