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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해병대 수사단장 '진실공방'…'채 상병 사건'은 재검토

김관용 기자I 2023.08.09 14:34:37

'항명 입건' 前 해병대 수사단장 입장문, 억울함 호소
"장관 보고 후 사건 이첩 시 까지 대기명령 없었다"
"법무관리관 개인 의견과 차관 문자 내용만 전달받아"
국방부 설명과 배치…"장관 법무 검토 지시, 이첩 보류"
국방부, 9일부로 채 상병 사건 국방부 조사...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 사건 조사 결과를 무단으로 경찰에 이첩했다는 이유로 ‘집단항명 수괴’ 수사를 받고 있는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모 대령이 국방부와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모양새다. 국방부는 9일 해병대 수사단이 더이상 업무를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채 상병 사망사건을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했다.

전날 해병대사령부 보직해임심의위원회 의결을 통해 수사단장직에서 정식 해임된 박 대령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박 대령은 “저는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고 채수근 상병 사망사고를 수사함에 있어 법과 양심에 따라 수사하고 그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는 유족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사건발생 초기 윤석열 대통령께서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하셨고, 저는 대통령님의 지시를 적극 수명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달 22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고 채수근 해병 상병의 안장식이 거행되고 있다. (사진=국가보훈부)
특히 그는 “수사결과 (해병대 제1사단) 사단장 등 혐의자 8명의 업무상 과실을 확인했다”면서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내용을 해병대사령관, 해군참모총장,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대면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종섭 장관이 수사결과를 보고받고 확인 결재만 했을 뿐, 경찰 이첩을 결재한 게 아니라는 국방부 측 설명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박 대령은 “국방부 장관 보고 이후 경찰에 사건 이첩 시까지 저는 그 누구로부터도 장관의 이첩 대기명령을 직접·간접적으로 들은 사실이 없다”면서 “다만 국방부 법무관리관 개인 의견과 차관의 문자내용만 전달 받았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령 측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수사단장이었던 박 대령에게 신범철 국방부 차관이 보낸 휴대폰 문자를 읽어 줬다고 주장한다. 김 사령관에게 신 차관이 보낸 문자 메시지 내용은 “일요일 결재본은 중간결재이고, 장관 귀국시 수정해서 다시 보고해라. 혐의자 및 혐의사실을 빼라. 죄명을 빼라. 해병대는 왜 말을 하면 안 듣나”라고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신 차관은 해병대사령관에게 고 채수근 상병 사망사고와 관련한 문자를 보낸 적이 없음은 물론이고, 특정인을 언급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장관의 출장 귀국 후 법적 쟁점을 충분히 검토한 후 경찰에 이첩할 것을 지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박 대령 측에 따르면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국방부 장관 결재 사실도 모른 채 해병대 수사단에 사단장 등 혐의자와 혐의내용을 빼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역시 국방부는 장관이 법무 검토 필요성에 따라 법무관리관에 이를 물었고, 법무 검토 결과를 받아들여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이날도 입장문을 통해 “국방부는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결과에 대해 법적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그동안 해당 내용을 검토해 왔다”면서 “검토 결과 현재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결과에는 관련자들의 과실이 나열돼 있지만, 과실과 사망 간에 직접적이고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없어 범죄 혐의 인정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대한 군기 위반행위로 수사단장이 보직해임된 해병대 수사단이 사망사건과 이첩 업무 처리를 계속하기에는 제한 사항이 있다”면서 “이를 고려해 국방부 장관은 고 채 상병 사망사건을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하고 법령에 따라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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