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경제硏 "초엔저 현상, 미·일 금리차, 재정수지 악화 탓…고착화 우려"

이윤화 기자I 2022.04.20 13:37:19

송현경제연구소 ‘최근 엔저 현상에 대한 평가’
달러당 120엔대 넘어 130엔대 턱밑까지 도달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격차 따른 금리 차이
우크라사태 이후 재정수지 악화 등 복합 요인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달러당 120엔대를 웃도는 초엔저 현상이 50여년 만에 가장 길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향후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방향성 차이 등을 고려하면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단 분석이 나왔다. 특히 엔저 현상의 밑바탕에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 재정수지 악화 등 일본 경제의 기초 체력이 약해져 있기 때문에 기조적 현상으로 고착화될 우려도 제기된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장광수 송현경제연구소 거시경제본부장이 20일 발표한 ‘최근 엔저 현상에 대한 평가’에 따르면 최근 엔·달러 환율은 미국과 일본 간의 통화정책 기조 차이로 인한 양국간 금리 격차 확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일본 경상수지 악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지난해 1월 6일 102.7엔으로 저점을 찍은 이후 지속 상승(엔화 가치 하락)하더니 최근 가파른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19일 기준으로 엔·달러 환율은 127.2엔을 기록했는데, 1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미국이 금본위제를 폐지한 1971년 이후 가장 긴 기간이다. 엔화가 달러당 120엔대를 상회하는 초약세 현상은 2000년 이후 세 차례 나타났으며 최근까지 포함하면 네 차례다.

장광수 본부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제금융시장이 다소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음에도 안전자산 중 하나인 엔화의 약세 현상은 오히려 심화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엔저 현상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미국과 일본의 장기금리(10년물 국채금리 기준) 격차 확대가 꼽힌다. 엔·달러 환율이 상승으로 반전되기 약 5개월 전인 2020년 7월(0.51%포인트)부터 미국과 일본의 10년물 금리 격차가 확대되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2%포인트를 웃돌고 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유례없이 가파른 통화정책 축소를 시작한 가운데서도 일본은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는 이날 국채 무제한 매입 재개를 발표하면서 통화완화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장기간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BOJ는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 부양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국제유가 폭등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일본의 재정수지 악화도 엔저 현상을 부추겼다. 일본 경상수지는 원유 등 국제원자재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흑자폭이 줄어들기 시작해 올 1월 적자로 전환했다. 2월에는 흑자를 보였으나 흑자폭이 전년동월의 60%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장 본부장은 “엔화의 초약세 현상은 경상수지가 악화된 지난 2002년, 2015년 나타났고, 미국과 일본 사이의 금리격차가 확대된 2007년 발생했다”고 했다.

엔저 현상은 수출기업 가격경쟁력 향상에 따른 재화수출량 증가, 엔화기준 재화수출액 증가에 따른 기업수익 증가 등의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이 현상이 더 심화되어 장기간 지속될 경우 긍정적 영향이 매우 제한적이거나 오히려 부정적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초엔저 현상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수출 증대효과보다는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내수기업 실적 악화 및 가계구매력 위축 등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엔저 현상이 구조적 요인에 의해 고착화될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 인구 감소 및 고령화, 재정수지 악화, 신성장 분야 산업화 부진 등 일본 경제의 펀더멘탈 요인이 작용하고 있을 경우 엔저가 기조적 현상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도 불구하고 엔화가 약세를 나타낸 것만으로 안전통화로서의 지위를 상실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져 미국과 일본의 금리격차가 축소될 경우 엔화가 안전통화로서의 기능은 어느 정도 발휘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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