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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다솔 인턴기자] 중국 최대 부동산 재벌 헝다그룹(恒大·Evergrande)의 채무 위기가 ‘중국발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될 것이라는 주장에 월가 전문가들이 반박에 나섰다.
22일(이하 현지시간)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시장에는 헝다그룹의 과도한 부채 문제가 지난 2008년 ‘리먼 사태’와 비슷한 여파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만연했다. 리먼 사태는 주택 담보 투자로 수익을 올리던 미국 투자은행(IB)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자 국제 금융시장이 타격을 받았던 사건을 말한다.
이에 대해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물리적 자산 보유 △정부 개입 등을 이유로 헝다그룹의 경영 위기가 ‘중국발 리먼’이라는 시각은 기우라고 입을 모았다.
◇“헝다, 현물 자산 보유…리먼 브라더스와 달라”
글로벌 금융그룹 ING의 롭 카넬 아시아 태평양 지역 리서치 책임자는 리먼 브라더스는 금융자산을 보유했던 반면, 헝다그룹은 실물자산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카넬은 CNBC에 출연해 “헝다그룹은 레버리지 포지션이 큰 헤지펀드나 금융자산 가격이 급락할 수 있는 은행이 아닌 부동산 개발회사라는 점에서 리먼 브라더스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MC)와는 다르다”고 진단했다. LTMC는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 선언으로 1998년 파산한 미국의 헤지펀드다.
그는 “헝다그룹에 현금 흐름 문제가 있지만 시스템적 위험에 대한 언급은 다소 과장됐다”며 “현금이 유입되면 개발 중인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뒤, 매각하여 부채 상환에 나설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이날 헝다그룹은 위안화로 표시된 본토에서 거래되는 채권의 이자를 제때 지불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글로벌 금융기업 맥쿼리의 래리 후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도 지난 21일 보고서를 통해 헝다그룹의 자산이 주로 2200억달러(약 260조1280억원)가 넘는 토지와 주택 프로젝트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중국 당국이 부동산 시장에 개입할 가능성도
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당국이 부동산 산업에 큰 통제력을 가진다는 점도 눈여겨봤다. 그는 “중국은 지방 정부가 토지 공급을 독점하고 있어 최악의 경우 과거처럼 땅을 사들일 수 있다”며 “중국의 은행 시스템은 연간 1조9000억위안(약 347조2820억원)의 이익과 5조4000억위안(약 987조120억원)의 충당금을 갖고 있어 헝다그룹의 손실을 쉽게 만회할 수 있다”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기타 고피나스 수석 전문가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헝다그룹 사건이) 시스템적 위기로 이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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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리먼 사태보다 큰 여파 있을 것이란 의견도
한편, 헝다그룹 채무 위기가 적어도 중국에서는 리먼 사태보다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월가의 저명한 공매도 투자자이자 헤지펀드 키니코스의 짐 채노스 창립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헝다그룹의 디폴트가 세계적 파급은 일으키지 않겠지만, 중국 내에서는 경제 모델 이면의 부채 문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리먼 사태보다 더 큰 위험을 촉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에는 헝다그룹 같은 기업이 많다”며 헝다 문제는 주거용 부동산 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 모델에 빨간불이 켜졌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은 중국 GDP의 29%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