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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한은이 발간한 ‘주택가격 변동이 실물·물가에 미치는 영향의 비대칭성 분석’이란 제목의 BOK 이슈노트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비율(LTV)이 75%로 높은 상황에서 2년내 집값이 20% 하락하는 충격이 온다면 소비, 고용도 같은 기간 내 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년 2, 3분기 주택 가격이 전년동기대비 17.7% 하락한 적이 있는데 그때처럼 극단적인 집값 폭락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반면 주택 가격이 20% 오른다면 소비, 고용은 고작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주택 가격 상승이 가져오는 소비, 고용 증대 효과보다 주택 가격 하락이 주는 충격이 훨씬 더 크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다만 LTV가 40%로 가계부채 부담이 크지 않은 상황에선 주택 가격이 20% 등락하더라도 소비, 고용 증감 효과가 거의 없었다.
작년 우리나라의 평균 LTV 비율은 46%로 한은이 가정한 모델에선 가계부채 부담이 크지 않은 상황에 속하지만 이는 집값이 상승하면서 LTV 비율이 낮아진 것일 뿐, 집값이 폭락한다면 LTV 비율은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LTV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주택 가격이 폭락했을 때에 초점을 맞춰 대비해야 한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작년 기준 LTV 비율이 75%를 초과하는 비중도 약 2% 내외에 달한다. 60% 이상 비율도 20%를 훌쩍 넘는다.
한은이 또 다른 모형을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역시 집값 상승보다 집값 하락이 주는 경제적 충격이 컸고 가계부채가 클수록 그 충격이 더 커졌다. 한은에 따르면 1단위 만큼 집값이 올랐을 경우 경제성장률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나 1단위 만큼 집값이 떨어졌을 경우 경제성장률은 집값 하락 후 1~2개월 후 -0.05%포인트 하락했다. 여기에 신용레버리지가 클 경우 -0.03%포인트까지 추가 하락한다. 인플레이션율 역시 집값이 1단위 만큼 하락한 후 3~4개월 후부터 0.02%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용레버리지가 크면 인플레이션율 하락폭이 좀 더 커진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1단위는 집값 상승률로 따지면 1%보다 더 작은 단위로 구체적으로 몇 %를 의미하진 않지만 집값 하락이 성장률, 인플레이션에 유의미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한은은 집값 하락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조병수 조사국 물가연구팀 과장은 “최근과 같이 주택 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지속할 경우 그 만큼 주택 가격 조정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추후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며 “가계부채가 누증된 상황에서 대내외 충격에 따른 주택 가격 조정은 부정적 영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주 15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집값이 고평가됐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 주택 가격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고평가돼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문제는 가격 상승이 부채 증가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점이고 차입에 의한 자산투자가 상당히 높은 점은 다른 나라와 대비되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