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제품의 등장으로 급팽창한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과는 대조적이다. 조루증을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26일 의약품 조사 업체 IMS헬스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조루치료제 시장 규모는 2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6억원보다 9.4% 늘었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부터 국내외 제약사들이 경쟁적으로 조루치료제 시장 공략을 강화한 것을 감안하면 뜻밖의 부진이다. 반면 남성질환인 발기부전치료제 시장 규모는 연간 1000억원대에 달할 정도로 탄탄하게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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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루치료제 시장의 역사는 지난 2009년 한국얀센이 ‘프릴리지’를 발매하면서 시작됐다. 프릴리지의 매출이 미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자 얀센은 판권을 원 개발사인 메나리니에 돌려줬다.
메나리지는 지난해 한국 법인 출범과 함께 프릴리지를 재발매하면서 두 번째 조루치료제 시장이 열렸다. 메나리니는 프릴리지의 가격을 종전 1만5000원 가량에서 30% 이상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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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제약사들은 비뇨기과 영업을 강화하고, 조루치료제의 가격을 3000원대까지 떨어뜨리는 저가 전략으로 시장 확대를 노렸지만 처방현장에서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했다.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이 저렴한 제품의 등장으로 시장 규모가 확대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IMS헬스의 발기부전치료제 시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국내 시장에서 팔린 발기부전치료제는 1733만개로 2년 전 897만개보다 두 배 가량 늘었다. 최근 비아그라의 특허만료 만료 이후 1000원대 제네릭 제품이 발매되는 등 저렴한 제품이 쏟아지면서 환자들의 접근성도 높아졌다.
대한남성과학회는 국내 조루환자 수가 5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발기부전과는 달리 조루를 약물로 치료해야 하는 질병으로 인식하는 환자들이 많지 않아 치료제 시장도 열리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정하범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조루는 질병이 아니라 ‘남성 성 능력’의 일부로 이해하는 경향이 높고 조루를 이유로 병원을 방문해 약물이나 수술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한 수치심과 부끄러움 때문에 치료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