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사고기의 조종을 맡았던 기장이 기종 전환을 위한 ‘관숙비행’ 중이었고 사고 기종(보잉 777)의 운항시간이 짧다는 점도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아시아나항공은 “기장의 자질에는 문제가 없다”며 사고 원인을 조종사 과실로 몰아선 안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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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버러 허스먼 NTSB 의장은 9일(한국시간) 언론 브리핑을 열고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조종사에 대한 조사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블랙박스 기록을 보면 충돌 3초 전 사고기 속도는 103노트(시속 190km 상당)로 비행 중 최저 속도”라며 “조종사 한 명이 속도를 높이라고 주문하자 50%에 머물고 있던 엔진 출력이 상승하기 시작해 여객기 속도가 106노트로 올랐다”고 말했다.
정상 착륙을 위한 속도는 137노트(253km)다. 즉 속도가 너무 느려 기체 고도가 낮았고 결국 사고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조종석 경보장치도 너무 낮은 속도 때문에 추력 상실을 경고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해석했다.
NTSB는 앞으로 사흘 정도 더 사고기를 조종한 이강국 기장과 이정민 부기장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허스먼 의장은 “면담 조사에서 조종사들이 어떤 조치를 했고, 왜 그런 조치를 했는지 들여다 볼 것”이라며 “조종사들의 활동 기록과 근무시간, 피로도, 휴식 여부, 질병 여부, 약물 복용 등 인적 요소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기장의 사고 기종 운항 경력이 짧다는 점도 ‘조종 미숙’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조종사는 기종을 전환할 때 해당 기종에 대한 기장 자격을 확보하기 위해 훈련비행인 ‘관숙비행’을 해야 한다. 사고기를 운항한 이강국 기장은 당시 보잉 777기 관숙비행을 하던 중이었다.
이강국 기장은 전체 비행시간이 9000시간이 넘는 베테랑급 조종사다. 그러나 해당 기종인 보잉 777기를 운항한 경험은 단 9차례, 43시간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착륙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진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직접 조정간을 잡고 착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미국 언론들은 잇따라 조종 미숙을 사고 원인으로 단정 짓는 듯한 보도를 하고 있다. 8일 CNN은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사고를 초별로 그래픽으로 재구성해 보도하며 “여객기를 조종했던 이강국 기장은 사고 기종인 보잉 777을 9차례, 43시간밖에 운항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도 기사 제목을 ‘경험이 거의 없는 아시아나 기장’으로 뽑고 “조사당국에서는 기체 결함에 따른 사고 가능성은 배제하고 있으며 조종사 과실에 가능성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아시아나항공은 사고원인을 조종사 과실로 예단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최정호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사고에 관한 모든 내용은 한·미 공동으로 블랙박스를 비교 분석한 다음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블랙박스 해독을 포함한 조사 결과가 나오려면 통상 1년 이상 걸리고 길게는 3년이 소요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도 사고 직전 여객기가 느린 속도로 활주로에 접근했다는 지적에 대해 “관제탑으로부터 오케이 사인을 받아서 착륙하는 과정이었다”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윤 사장은 또 “이정민 교관 기장과 이강국 기장은 각각 33회, 29회에 걸쳐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비행한 경험이 있다”며 경력 부족 의혹을 부인했다.
일선 조종사들도 조종사의 실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섣부른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 소속의 박종국 기장은 “사고 당시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자동 계기착륙장치가 꺼져있었고 평소 공항의 지리적 요건 등을 따져보면 조종사의 실수를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만 항공기 내 계기가 고장 나는 등 다른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아직 원인을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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