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두 巨木의 퇴장.. 씁쓸한 정치권 조문 문화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박수익 기자I 2013.05.20 17:02:31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지난 주말 남덕우 전 국무총리와 박영숙 전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의 별세를 계기로 여야 정치권의 씁쓸한 조문(弔問) 문화가 재차 지적되고 있다.

각각 산업화와 민주화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들이지만, 우리 사회에 고착화 이념 논리가 고스란히 투영되며 상대방 진영의 ‘거목(巨木)’에 대한 배타적 애도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오전 전해진 박영숙 전 이사장의 별세 소식이후 야권은 ‘여성운동계의 대모(大母)’를 추도하는 논평을 냈다.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논평을 통해 “어머니의 마음으로 당이 어려울 때마다 한결같이 품어주었던 고인의 드넓은 품성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그러나 같은날 석가탄신일과 5·18 민주화운동 33주년에 대한 논평을 낸 새누리당은 박 전 이사장에 대한 공식 애도 논평을 별도로 발표하지는 않았다.

박 전 이사장의 빈소 조문 역시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안철수 무소속 의원 등 야권 인사 중심으로 이뤄졌다. 새누리당은 당 대변인 명의의 조화를 보냈을 뿐 핵심 지도부들의 빈소 방문 소식은 없었다.

지난 18일 밤 남덕우 전 국무총리가 별세한 이후에는 야권이 ‘침묵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민현주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튿날 오전 논평을 통해 “우리나라 산업화 초기에 경제 개발 정책을 주도해 ‘한강의 기적’을 이끌었고,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나라를 위해서 아낌없는 조언을 주셨던 분”이라며 “고인의 수많은 업적들은 후대에도 길이 남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하지만 민주당 등 야당은 당일 현안 브리핑이 있었지만, 남 전 총리에 대한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남 전 총리의 빈소 조문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새누리당 지도부 등 여권 인사들 위주로 발걸음이 이어졌다.

여야의 이러한 선별적 조문 배경에는 남 전 총리는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에 발탁된 경제관료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맡는 등 여권인사, 박 전 이사장이 민주당의 전신인 평화민주당 총재권한대행을 지낸 야권인사라는 시각에서 비롯된다는게 일차적 평가다.

하지만 여야 모두 역사의 산증인과 같은 거물들의 별세를 각자의 진영논리로만 받아들인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비단 진영의 문제 뿐만 아니라 계파간의 갈등도 고스란히 노출되기도 한다. 지난 19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문화제에서도 친노(親盧) 성향의 일부 추모객이 김한길 민주당 대표에게 욕설을 하며 행사장 진입을 저지한 것은 야권 내 계파갈등이 남긴 일그러진 추모 문화로 평가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와관련 “여전히 우리사회의 갈등 한폭판에 진영간 대결 구도가 고착화돼 있고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 이번 조문 정국으로 확인됐다”며 “국민대통합을 외치는 여권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야권도 대선패배 후유증 탓인지 여전히 이념·진영 프레임에 갇혀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